[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지난 5월은 가히 인수합병(M&A)의 달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미국에서 이 한 달동안 확정된 M&A 규모만 해도 270조원이 넘어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장기 저금리와 특정 산업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닷컴 버블과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넘어선 M&A 열기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시장 조사업체인 딜로직 데이터를 인용, 지난 5월에만 미국내에서 벌어진 M&A 전체 규모가 2430억달러(약 270조3400억원)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이는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 2007년 5월의 2260억달러와 닷컴 버블 붕괴 전인 2000년 1월의 2130억달러를 앞질렀다. 월간으로는 역대 최대치다.
주요한 메가 딜만 봐도 차터 커뮤니케이션스가 900억달러에 타임워너케이블과 브라이트 하우스를 잇달아 인수했고, 반도체칩 업체인 아바고가 브로드컴을 반도체업계 역대 최대인 370억달러에 사들였다. 이는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닷컴 버블 이후 최대 규모였다.
이같은 현상은 장기간 저금리 기조로 인해 자금 조달 비용이 싸지고 주식시장 호황으로 인해 M&A를 통해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회사 덩치를 키우라는 이사회의 요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올 한 해 M&A 규모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6월 들어 첫 날에도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이 경쟁사인 알테라를 167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하면서 규모를 더 늘렸다.
크리스 벤트레스카 JP모건체이스 글로벌 M&A 공동대표는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회사가 자생적으로 성장하기보다는 M&A를 통해 쉽게 회사를 키울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있다”며 “이런 흐름은 좀더 이어질 수 있겠지만, 잇단 M&A로 인수가격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딜 증가 속도를 다소 둔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점쳤다.
이처럼 M&A가 늘어나면서 올들어 최근 넉 달간 매달 평균 1000억달러 어치의 회사채가 발행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6월에도 1000억달러 이상의 회사채가 발행되면서 5개월 연속 발행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역대 최장 기간으로, 그 만큼 M&A를 위한 값싼 자금 조달이 늘어나고 있다느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