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에선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던 서울·수도권 집값이 처음 상승 반등했고, 거래량이 늘고 있는 현 상황은 ‘벌집순환모형’에 따른 시장 상승기 진입의 신호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향후 집값이 2000년대 중반과 같은 급등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물가상승률 수준의 완만한 상승세는 충분히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16일 국토교통부와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 거래량과 집값 상승률은 각각 100만 5173건과 2.1%로 나타났다. 특히 2009년 이후 하락을 거듭하던 서울 아파트값은 작년 한해 1.09%가 올라 5년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 때문에 현재 시장 상황을 벌집순환모형에 대입해 거래량과 집값이 동반 상승하는 경기 회복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벌집순환모형은 주택의 가격과 거래량을 근거로 부동산 경기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벌집 모양 6각 패턴(6개 국면)으로 순환한다는 이론이다. 1994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제시된 이후 국내에 소개돼 부동산시장 예측에 많이 활용돼 왔다. 6개 국면은 △경기 회복(1국면·거래량 증가 및 가격 상승) △경기 호조(2국면·거래량 감소 및 가격 상승) △침체 가시화(3국면·거래량 감소 및 가격 정체) △침체 본격화(4국면·거래량 감소 및 가격 하락) △경기 불황(5국면·거래량 증가 및 가격 하락) △회복 진입(6국면·거래량 증가 및 가격 정체) 등으로 단계별로 순환하는 구조다. 이 모형을 따를 경우 현재 국내 주택시장은 거래량이 늘고 가격은 보합 또는 소폭 올라 6국면에서 1국면으로 진입하며 집값 상승기에 들어서는 단계다.
하지만 다양한 변수가 모두 일치할 때 성립하는 벌집순환모형을 국내 부동산시장에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00년대 중반과 같이 거래량이 늘며 집값이 급등하는 경기 회복 및 호조(1·2국면)가 이어지는 시장 상황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자문부 연구위원은 “다주택자들이 재건축 또는 분양시장에 적극 뛰어들어야 호황기를 예상할 수 있지만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된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벌집모형이론이 맞지 않을 수 있다”며 “저성장과 내년까지 유예된 주택 전·월세 임대 과세 부담 등도 집값 상승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월세난과 저금리 기조 속에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 매수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집값이 약보합세 이상의 상승 탄력 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저가 매물이 모두 소진된 후에는 집값이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할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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