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에서 철수까지"…고전하는 외국계 생보사

신상건 기자I 2012.11.28 08:18:53

2007회계연도 정점 찍은 뒤 점유율 하락
스카우트 소송 등 이미지 하락 자초
"신뢰구축 우선, 상품·채널 다변화해야"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우리나라 보험시장에서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우리금융지주(053000)와 합작사(우리아비바생명)를 이뤘던 영국의 아비바그룹은 조만간 우리나라에서 철수할 예정이다.

외국계 생명보험사:라이나·메트라이프·알리안츠·에이스·푸르덴셜·AIA·BNP파리바카디프·ING·PCA생명
우리아비바생명 관계자는 27일 “최근 아비바그룹은 지분 매각과 관련해 우리 회사에 대한 실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실사가 마무리되면서 인수 대상자로 유력한 우리금융과 가격 협상만을 남겨놓은 상태다. 선두주자 격이었던 ING생명도 KB금융(105560)지주로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고, KB금융지주 이사회의 결정을 앞두고 있다.

성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시장 점유율(수입보험료 기준)을 살펴봐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07회계연도 22.5%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내림세를 보이다가 올해 7월엔 17.1%까지 떨어졌다. 올해 4월부터 7월까지는 절반에 가까운 4개의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당기 순손실을 냈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발생한 피해를 수습하느라 우리나라 보험산업의 흐름을 놓친 듯하다”며 “유럽 위기까지 불거지면서 소비자의 불안감이 커지는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 생명보험사들이 약진하고 있는 점도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전국 영업망을 갖춘 NH농협생명과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라이프의 등장과 함께 은행을 통한 즉시연금 등 저축성보험 판매에 힘입어 영향력을 점차 키우고 있다. 하이브리드(텔레마케터+설계사), 소호(자영업자) 채널 등 채널 다각화로 경쟁력 강화도 꾀하고 있다.

대형 생명보험사 한 관계자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의 입장에서 우리나라는 한 지사일 뿐”이라며 “아무래도 본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등 사업 진행과 관련한 절차가 복잡해 시장 변화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카우트 소송 등으로 이미지 하락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영업 조직을 빼 갔다는 이유로 AIA생명에 15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치영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옛 명성을 되찾으려면 무엇보다도 소비자에 대한 신뢰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며 “상품이나 채널 다변화를 통해 좀 더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영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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