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민기자] 국내증시가 두달 이상 박스권에 갇힌 흐름을 보이면서 가장 두드러졌던 특징은 체력이 크게 약해졌다는 것이었다. 왠만한 긍정적인 소식에도 크게 반응하지 않았고 작은 악재에도 민감하게 출렁였다.
그러면서 박스권 레벨도 시나브로 낮아지고 있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전날(9일) 시장모습은 다소 달랐다. 두바이월드 자회사인 나킬이 올 상반기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두바이 사태에 대한 우려감이 또 다시 고개를 들었고 그리스의 장기 국채 신용등급이 하향됐다는 소식이 글로벌 증시를 강타했지만 유독 국내증시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증시에 이어 아시아시장이 대부분 부진했지만 코스피지수는 장 막판 반등에 나서면서 글로벌 신용위기 우려에 강한 양상을 보였다. 글로벌 이슈에 외국인이 예민하게 굴며 8일만에 순매도로 돌아섰지만 차익거래를 중심으로 프로그램 순매수가 유입되면서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한국증시가 이처럼 강한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이유 중 한 가지는 악재에 대한 내성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두바이 위기와 그리스 국가 신용등급 악재는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된 재료였던만큼 충격이 크지 않았다. 또 동유럽 등으로의 리스크확산 우려에서 아시아 이머징마켓, 특히 국내증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것이라는 점도 지수 버팀목이 됐다.
실제로 내년 증권사들의 국내시장 전망은 나쁘지 않다. 특히 국내증권사보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얼마 전 UBS증권이 내년 코스피지수가 200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데 이어 전날 골드만삭스는 2300까지 고점을 찍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에서 양호한 경제지표가 발표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미국의 10월 도매 재고는 기대 이상의 증가세를 보인 덕분에 전날 뉴욕증시는 상승 마감했다.
다만 추가 상승에 나설만큼의 에너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짓수다. 경기회복 기대감이 여전한만큼 아래로 밀려날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지수를 위쪽으로 끌어줄만한 새로운 모멘텀이 없기 때문이다. 당장 거래부터 늘어날 필요가 있다.
또 예상된 악재에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두바이와 그리스 불씨가 커지게 된다면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피치의 그리스 신용등급 하향에 이어 스탠다드앤드푸어스는 전날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하향해 유럽 다른 국가들로의 전이 가능성을 내비쳤다.
때문에 국내증시가 상대적으로 견고한 상황이지만 제한적인 흐름이 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오늘은 금통위와 쿼드러플위칭데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리는 동결될 가능성이 높고 만기효과 또한 크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낮은 배당매력과 공모펀드 증권거래세 면제 가능성 등의 영향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