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집 생각만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크리스 김씨는 지난 해 구입한 집 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다. 70만달러에 산 집값이 석 달 사이 35만달러로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앞으로 갚아나갈 모기지(주택담보대출)을 생각하면 더욱 암담하기만 하다.
"예전에는 크리스마스 생선요리 소스에 8~10가지 재료를 넣었었는데요. 이제 그런 좋은 시절은 갔어요"
샌 안토니아에 사는 카렌 리틀톤씨는 올해 크리스마스 주요리로 늘 올리던 바다 농어 대신 대폭 세일에 들어간 연어를 택했다. 소스에 들어가는 재료도 확 줄였다. 식료품 값이 너무 비싸져서 장바구니 규모를 줄일 수 밖에 없어졌다.
"주유소에 가기가 무서워요.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가득 채우면 25달러였었는데 지금은 30달러를 훌쩍 넘어섰어요. 자동차를 안 탈 수도 없고.."
뉴저지의 조 에드워드씨는 휘발유 가격의 급등세가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자동차의 나라` 미국에서 휘발유 가격 상승은 가계부에 직격탄이다.
이미 16년래 최악의 주택시장 침체로 집값이 추락한 가운데 휘발유와 식료품 가격마저 오르면서 미국의 가계들은 허리가 휠 지경이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인내의 임계점`으로 간주돼 오던 갤론당 3달러를 넘어선데 이어 이제는 4달러를 바라보고 있다.
휘발유 가격의 상승으로 식료품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원산지에서 유통매장까지 운반하는 비용이 늘어나면서 소비자 가격으로 고스란히 전가된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12개들이 달걀 가격은 1.86달러로 1년 전에 비해 38% 올랐고, 1갤론 짜리 우유 가격도 3.90달러로 30% 비싸졌다. 이밖에 빵과 고기, 치즈 등 미국인들이 주로 먹는 식료품 가격이 모두 뛰었다.
미국인들의 체감 경기는 꽁꽁 얼어붙었다. 12월 미시간대학 소비자신뢰지수는 75.5로 2년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을 할퀴고 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새해 벽두부터 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1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던 가운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경제의 주름살은 깊이 패여만 가고 있다.
월가에도 찬바람이 쌩하기는 마찬가지다. 경기후퇴(recession) 우려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경제 최악의 시나리오인 경기후퇴와 물가상승이 함께 오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침체의 우려는 급기야 `마지막 보루`로 간주되던 고용으로까지 파고들었다. 12월 실업률은 2년래 최고치인 연 5%에 이르렀다. 고용은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와 직결되는 출발점이다. 일자리가 줄어들면 소비가 위축될 것이 뻔하다. 월가의 비관론이 `엄살`이 아닌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선의 주요 이슈로도 `테러`가 지고 `경제`가 뜨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선의 주요 이슈로 이라크 전쟁을 꼽은 이는 지난 6월 설문조사 때보다 7%p 떨어진 47%로 조사됐다. 반면 일자리 창출 및 경제성장이라는 응답은 10%p 오른 27%를 기록했다.
카를린 바우만 미국 기업연구소 여론동향 담당자는 "미국인의 70%가 경기둔화를 체감하고 있다"며 "대선후보들의 논쟁의 쟁점이 경제로 옮겨가면서 유권자들의 선택 기준도 이에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살기가 팍팍해지면 민심은 흉흉해지고 변화를 갈구하는 열망은 커지게 마련이다. 이는 정치와 경제의 불변의 함수 관계다.
지난 주 미국 대선의 첫 레이스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의 `바꿔 열풍`은 이를 잘 보여준다. 2년 전만 해도 무명이었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흑인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주민 91%가 백인인 아이오와주에서 승리를 거머쥐며 돌풍을 예고했다.
오바마의 선거 캐치 프레이즈는 `변화와 개혁`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상원의원의 승리가 미국의 새 얼굴에 대한 기대와 변화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대선의 대장정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12월5일 선거일까지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워지면 어려워질수록 미국 대선의 `바꿔 열풍`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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