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판 IMF 나온다"..포스트CMI체제 구축

최한나 기자I 2007.05.05 18:00:00

각국 외환보유고 모아 공동펀드 조성
양자간 협력에서 다자간 협약으로 강제력 높여

[일본 교토=이데일리 최한나기자] 아시아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역내 공동펀드가 조성된다. 아시아 각국이 할당된 만큼 외환보유액를 출자해 공동의 펀드를 만들고 역내 국가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 펀드를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형태다.

각국에서 갹출한 자금으로 펀드가 만들어지지만, 해당 출자금은 각국 중앙은행에서 직접 관리·운영하게 된다. 아울러 이같은 내용은 법적 구속력을 지니는 `다자간 협약` 형태로 진행된다.

이번 합의는 지난 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아시아권내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채택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가 진일보한 형태를 갖추고, 역내 금융협력이 보다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아시아판 국제통화기금(IMF) 설립의 기본적인 틀이 갖춰진 셈.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오미 코지 일본 재무부 장관, 진런칭 중국 재정부 장관 등 한·중·일 3국 재무장관과 아세안(ASEAN) 10개국 재무장관들은 5일 일본 교토에서 제10차 아세안+3 재무장관회담을 갖고 이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이번 회담에서 각국 재무장관들은 위기발생시 역내 국가 상호간 자금을 지원하는 양자간 통화스왑계약 CMI를 보다 결속력있는 단일의 공동펀드로 발전시켜, 다자간 지원방식으로 전환하는데 합의했다.

이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자국 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미국 달러화 등 외국통화를 차입하도록 약정했던 종전의 중앙은행간 양자 계약에서 한단계 발전된 형태다.

회원국들은 각자 할당된만큼 출자해 가상계좌를 만들고 펀드를 조성하게 되지만 출자금 관리기구를 별도로 두지는 않기로 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직접 맡아 관리하고 운영하는 형태다.

특히 이번에 합의된 CMI 다자화는 법적 구속력을 지니는 단일의 `다자간 협약(계약협정, contractual agreement)`으로 확정됐다. 양국간 자금 지원을 약속하는 다소 느슨한 형태의 협력에서 모든 참여국이 법적 의무를 지니는 강제적 협력 방식으로 전환된 것이다. 자금 지원이 보다 구속력있는 형태로 확보된 것.

아울러 각국 재무장관들은 역내 위기를 공동으로 감시하고, 지원받는 국가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방지하기 위한 역내 감독체계도 보다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아세안+3 차관회의때 경제동향 감시와 정책공조 세션을 중심으로 감독을 강화하고, 역내 경제·금융 모니터링에 대한 실무그룹(ETWG)과 전문가그룹(GOE)이 이같은 활동을 보완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각국의 분담금 규모와 감독체계, 의사결정절차 등 보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올 하반기부터 논의될 예정이다. 허경욱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다자화 형태로 진전되면서 종전 750억달러 가량이었던 전체 출연금 금액이 좀더 증액될지 감액될지 논의해봐야 한다"며 "일단 위기 지원체제가 법적 계약 형태로 나아가는 큰 방향의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각국 재무장관들은 아시아 채권시장 발전방안(Asian Bond Market Initiative)에 대한 논의에도 보다 속도를 내기로 의견을 모았다.

역내 신용보증·투자기구 및 예탁결제기구를 설립하고, 신용평가기관간 공조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채권시장의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힘을 모으기로 합의한 것. 아시아지역에도 유로본드마켓과 같은 국제 채권시장이 발전될 수 있도록 촉진시키려는 의도다.

이와 함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같은 역내 또는 세계 경제의 잠재적 위험요인에 대한 대비도 보다 철저히 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권오규 부총리는 "각국 정부가 위험요인을 보는 시각이 다르고 정책 대응이 다를 수 있으므로 회원국간 정보 공유와 정책적 대화가 보다 긴밀히 이뤄져야 한다"며 "위험요인에 대한 정확한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해,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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