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외한, 경매에 폭 빠지다
1998년 어느 날, 서울 화양동 수퍼마켓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그는 우연히 신문에서 경매 수강생 모집 공고를 봤다. 전세 3200만원에 11평짜리 작은 빌라에 살던 때였다. 경매를 하면 집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사실 외에 아무것도 모르는 ‘경매치’였지만,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2개월 과정을 등록했다. 낮에는 수퍼마켓 주인으로, 밤에는 학생으로 주경야독(晝耕夜讀)하는 생활을 했다. ‘경매’라는 새로운 세계에 푹 빠져 버렸다.
99년, 난생 처음 경매 투자에 나섰다. 서울 정릉에 있는 40평짜리 빌라였다. 감정가는 1억2000만원인데, 5800만원에 낙찰받았다. 하지만 정작 그 집에 들어가서 살진 못했다. 낙찰받은 후에 집을 찾아가 내부를 살펴 보니 생각보다 깨끗하지 않았고, 주변 환경도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1000만원 정도 이익을 남기고 팔아 버렸다. 그래도 한 번 경험해보니 자신이 생겼다. 가게에 손님이 없을 때마다 100여쪽 분량의 두꺼운 경매 정보지를 샅샅이 살폈다. 물건을 보는 안목을 키우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법원에 들러 정보를 주워 담았다. 주말엔 각종 경매 강좌에 참석했다.
▲ 김유례씨가 딸·아들과 함께 서울역 근처 롯데마트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그는“경매 투자를 한 뒤에는 장을 볼 때도 이것 저것 따지는 습관이 생겨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했다 | |
◆세 차례 경매 재테크로 대성공
나름대로 내공을 쌓았다고 판단한 그는 2001년 5월 최고 인기 종목이라는 아파트 경매에 도전했다. 분당에 있는 방 2개짜리 17평형 아파트였다. 현장에 두 번 찾아가 주변을 살폈다. 역세권인 데다 인근에 공원까지 있어 주거 환경은 좋아 보였다. 감정가는 8500만원. 주변 시세보다 1000만원 정도 싼 가격이었다. 입찰 경쟁률은 14대1로 치열했다. 김씨는 큰 욕심 내지 않고 딱 500만원만 남기겠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낙찰금은 3400만원. 전세금 5000만원을 안고 산 셈이니 9500만원짜리 집을 1000만원 싸게 건진 것이다. 때마침 전세대란으로 전세금이 급등하면서 그해 9월, 85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새로 맺었다. 현재 이 아파트는 1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워낙 싸게 산 집이라 팔지 않고 지금도 갖고 있다.
마당 넓은 집에서 사는 게 꿈이었던 그는, 다시 경매시장에 눈을 돌렸다. 이번엔 온 가족이 직접 들어가서 살 집이란 생각에 장·단점을 요모조모 살폈다. 역세권이면서 병원과 시장, 학교가 가까운 화곡동 단독주택(대지 70평)을 골랐다. 감정가는 4억7000만원인데 두 번 유찰돼 3억2000만원에 나와 있었다. 근처 부동산에 찾아가 상담해 보고, 권리분석도 꼼꼼히 했다. 손해보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눈을 찔끔 감고 샀다. 낙찰금 3억5000만원은 은행 대출(1억2000만원)과 남편 직장 대출(8000만원), 수퍼마켓 처분자금(7000만원), 전세금(8000만원) 등으로 충당했다. 경매를 통해 집 2채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