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무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인공지능(AI)·반도체·방위 산업 등 첨단 산업을 비롯해 국가 경제 안보를 앞으로 핵심 광물이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의 비철금속 제련기업인 고려아연이 논의 테이블에서 올라 눈길을 끌었다. 총 74억달러 규모(약 11조원)를 투입해 미국 테네시주 클락슨빌에 짓는 통합제련소 사업인 ‘프로젝트 크루서블’이 핵심광물 공급망 투자 사례로 언급된 것이다. 이제 고려아연의 사업 영토가 국내 비철금속 제련을 넘어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으로 확대된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핵심광물 확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미국에 건설을 추진 중인 대규모 통합제련소가 그 중심에 섰다. 미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약 65만㎡ 규모(약 20만평)로 세워지는 통합제련소는 지난 반세기 동안 고려아연이 울산 온산제련소에서 축적한 통합제련 기술과 사업 모델을 미국에 적용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중국이 생산을 독점하며 수출 통제 카드로 사용하는 핵심광물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한·미 경제안보 협력을 산업 현장에서 구체화하는 전초기지로 평가받는다.
사업의 핵심은 단순한 새로운 해외 제련소 건설이 아니다. 미국이 중국 중심의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광산 개발과 함께 제련·정제 역량 확보에 나선 상황에서 고려아연의 복합·통합 제련 기술을 현지 공급망에 접목한다. 고려아연은 아연과 연 등을 생산하는 기존 제련 과정에서 부산물로 여러 희소금속을 회수할 수 있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췄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고려아연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시작한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미국으로 옮겨붙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미국 현지에서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언급하며 대외 활동에 나서고, 이에 고려아연이 프로젝트 명칭과 표지의 무단 사용 등을 문제 삼아 고발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고조되고 있다. 지난 2년간의 경영권 분쟁 사태가 미 사업지로 번지며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글로벌 공급망을 움직일 수 있는 핵심기술을 가진 기업의 경영권이 흔들리면 산업 생태계 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모펀드의 과도한 차입매수를 규제하는 안전장치를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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