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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금융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권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내부통제 위법행위 중대성 사전심의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하는 책무구조도 운영방안을 제출했다. 위원회는 민간위원을 포함한 외부 전문가가 CEO 등 임원에게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에 따른 제재를 할 수 있는지 제재 발동요건을 심의하는 곳이다.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한 수사심의위원회와 같이 금융당국의 제재 필요성 등에 대해 심의하고 당국에 권고하는 역할을 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으로 도입된 책무구조도는 우리나라 금융사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제재 운영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외부인의 시각에서 위법행위 위반의 중대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제재의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다”고 설명했다. 금융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CEO를 제재할 수 없어 사안의 중대성을 판단할 기구를 설치해 절차적 정당성을 높이는 것이다.
은행권은 임원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금융사고 금전적 기준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제재규정 시행세칙에 따르면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는 판매금액 100억원 또는 판매 건수 500건 이상일 때 제재할 수 있다. 은행권은 ‘회사 자기자본 대비 특정비율 이상의 금융사고’라는 금전적 요건으로 제시했다. 개인신용정보 유출 사고는 유출 건수가 기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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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통해 ‘임원 제재 발동요건(사안의 중대성)’, ‘제재 감면요건(관리의무 상당성)’ 등 두 가지 용역을 진행한 후 은행권 의견을 취합해 당국에 제출했다. 지난 7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 관련 제재 운영지침안’을 바탕으로 은행권이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은행권이 컨설팅까지 맡겨 가면서 제재 운영지침을 명확히 하려는 건 CEO 등 임원 제재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여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배구조법 제35조의2에 따라 위법행위 발생 경위와 정도·결과 등을 기준으로 제재와 감면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규모 고객피해 발생, 건전경영의 중대한 저해, 금융시장 신뢰·질서 훼손 등으로 판단 기준이 확실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재 칼자루를 쥔 금융당국이 여론에 부화뇌동하거나 자의적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금융당국에서도 제도 시행 과정에서 제제 예측가능성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당국 고위 관계자는 “칼로 무 자르듯이 딱 잘라서 여기까지는 괜찮고 저기부터는 임원 책임이라고 제도를 설계할 수는 없다”며 “다양한 사례를 축적해 제재 트리거 포인트로 볼지, 언제 임원이 상당한 주의 의무를 다해 책임을 감경받을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사례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제재 객관성과 일관성, 투명성을 확보할 장치를 검토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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