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향한 두 번째 암살 시도…美대선 박빙 구도에 후폭풍

박민 기자I 2024.09.16 10:23:27

美대선 50여일 앞두고 트럼트 암살 시도
선거기간 한 후보를 상대로 2번째 총격
사건 배후·동기 등 수사결과 지켜봐야
트럼프 지지층 결집↑·중도층 표심 미지수
위스콘신주 등 경합주 사전 투표에 촉각

[이데일리 박민 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2번째 암살 시도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약 50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11월5일)에 미칠 파장이 클 전망이다. 만약 이번 사건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계획된 암살 시도 사건으로 확인될 경우 트럼프 지지층을 더 결집시키면서 박빙 상태인 미 대선 구도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 경호를 담당하는 비밀경호국(SS)과 현지 경찰에 따르면 15일 오후(현지시간) 1시반 경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소유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 인근에서 총격이 발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골프를 치던 중 트럼프 전 대통령에 앞서 골프장 안전을 점검하고 있던 비밀경호국 요원이 골프장 울타리와 덤불 밖으로 나와 있는 총구를 발견하고 사격한 것. 4~6발의 사격을 받은 용의자는 현장에 있던 검은색 차량을 타고 도주했으나 고속도로에서 단속에 걸려 체포됐다.

트럼프 대선 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인근에서 총격이 있은 뒤로 안전하다”고 밝혔고, SS도 그의 안전을 확인했다.

용의자는 일단 하와이 출신의 58세 남성으로 확인됐다. 수사당국은 이번 총격 사건을 대선 후보 암살 시도 혐의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연방수사국(FBI)은 성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로 보이는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 당국의 수사에 따라 범인의 신원과 범행동기가 드러날 경우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적지 않은 정치적 후폭풍을 몰고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암살시도 사건으로 최종 규정된다면 단일 선거 시즌에 특정 후보를 겨냥한 두번째 암살 시도가 된다는 점에서 정치적 후폭풍이 클 전망이다.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보안 당국이 15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에 사용된 AK 소총과 가방을 공개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한 전당대회(7월15~18일 밀워키) 이틀 전 발생한 7월의 1차 암살 시도 사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세력을 더 뭉치게 만든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극적으로 생명을 잃을 위기를 넘긴 데 대한 지지자들의 감정 이입과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상을 당했음에도 곧바로 일어나 청중들에게 ‘파이트(Fight·싸우자)’라고 외치는 모습이 극적 효과를 더하면서 전당대회는 그야말로 ‘트럼프 대관식’ 분위기로 치러졌다.

6월말 대선 후보 TV토론 때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 저하 문제가 부각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승세를 타던 흐름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한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드 폭은 더 커졌고, 결국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포기 선언과 민주당 후보 교체로 연결된 바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면 후폭풍이 상당할 전망이다. 지난 7월 사건 당시 범인은 현장에서 대응 사격을 받고 사망했기에 구체적인 동기나 배경 등은 여전히 물음표로 남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용의자가 현장에서 체포돼 수사를 받는다는 점에서 암살 시도 동기와 배후 등이 앞으로 대선 과정에서 중요 뉴스로 다뤄지고 유권자들의 중대 관심사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소유 골프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시도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들이 인근 차량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AP 뉴시스
무엇보다 두 번의 총격 시도에서 목숨을 건졌다는 사실은 지지자들에게 트럼프 지지에 대한 더 큰 확신을 주거나, 자기 후보를 지켜야 한다는 심리로 연결되면서 지지층을 더 결집시킬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다만 이번 사건이 지지층 결집을 넘어 무당파와 부동층의 표심을 트럼프 전 대통령 쪽으로 움직이게 할 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공화당과 민주당 양 진영이 정책과 공약 대결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다가서야 할 시점에 암살시도 사건이 잇따르면서 다른 대선 관련 논의가 잠식될 경우 그 파장이 어느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에 대해서는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달부터 시작되는 부재자 투표에 대한 표심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 대통령 선거일은 ‘매년 11월 첫번째 월요일이 있는 주의 화요일에 치러진다’는 규정에 따라 오는 11월 5일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투표가 진행되지만, 부재자 등을 대상으로 한 사전 투표는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NYT에 따르면 이달 11일 앨라바마주를 시작으로 19일에는 경합주인 위스콘신주가 부재자를 대상으로 한 우편투표 발송을 시작한다. 20일에는 미네소타와 사우스다코타가 우편 발송과 대면 사전 투표를 시작하며, 버지니아주는 대면 사전 투표를 시작한다. 21일까지는 노스캐롤라이나를 포함한 11개 주가 우편 투표 용지를 발송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위스콘신과 노스캐롤라이나 등은 이번 대선 결과의 키를 쥐고 있는 경합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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