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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양승태 이어 이재용 무죄, 이런 '정치재판' 누구 탓인가

논설 위원I 2024.02.07 05:00:00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분식회계와 주가 조작 등 19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 회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의 근거가 됐던 ‘부정한 청탁’과 합병 논란은 별개라며 단 하나의 혐의도 인정되지 않았다. 함께 재판받은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 13명도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20년 9월 검찰이 이들 14명에 대해 총 23개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지 3년 5개월 만이다.

애초부터 무리한 수사, 무리한 기소였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에서 파생된 이른바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은 참여연대 등이 문제를 제기한 후 2018년 12월 문재인 정부의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사건이다. 검찰은 임직원 110명을 430차례나 소환조사했고 50여차례 압수수색하는 등 전방위 조사 끝에 2020년 6월 이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대검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까지 있었지만 이례적으로 기소를 밀어붙였다. 그럼에도 핵심 혐의를 인정받지 못했으니 검찰의 자업자득이다.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는 일단락됐지만 이미 발생한 피해는 돌이킬 수 없다. 삼성은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 손상을 입었고 이 회장은 2016년 국정 농단 사건으로 1년 반 이상 구속 수감됐다가 풀려난 뒤에도 형사 피의자로서 법정을 들락거려야 했다. 글로벌 시장을 누비고 다녀도 모자랄 때에 107번이나 재판을 받고 96차례나 법정에 출석하며 발이 꽁꽁 묶였다. 촌각을 다투는 의사결정이 지체된 삼성은 경쟁력 하락을 감수해야 했다. 문 정부 검찰의 국가적 자해 행위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소권을 함부로 휘두른 검찰은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사법농단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받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최근 1심 판결에서 기소 4년 11개월 만에 직권남용 등 47개 혐의 모두 무죄판결을 받은 것도 마찬가지다.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는 쑥대밭이 됐고 사법의 정치화로 독립성과 신뢰성은 땅에 떨어졌다. 정치 검사들의 과잉 수사와 비뚤어진 공명심의 결과라고 해도 무방하다. 정권의 무자비한 적폐몰이와 반기업 풍조가 낳은 이런 식의 정치 재판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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