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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권 교보증권 사장과 곽봉석 DB금융투자 사장, 김신 SK증권 사장, 오익근 대신증권 사장,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사장도 내년 3월 임기가 종료된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최고경영자(CEO) 연임으로 안정을 도모했던 증권사들이 올해는 교체로 무게 중심을 옮긴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금리에 따른 ‘역대급’ 위기를 지나고 내년부터는 금리 인하 등 우호적인 시장 환경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세대교체 등을 통해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이미 변화의 바람이 시작된 곳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창업 멤버인 최현만 회장과 이만열 사장이 용퇴하고 김미섭 부회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 부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싱가포르·영국·브라질 법인장을 지낸데다 미래에셋증권에서도 해외 사업을 총괄하는 등 미래에셋의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글로벌 종합금융사로 발돋움하려는 미래에셋그룹이 세대교체를 통한 변화와 혁신을 바탕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하려는 의도라는 평가다.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CEO는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이다. 고금리 시기 타사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실적 민감도를 기록한데다 내부 통제 면에서 결격사유가 없는 덕이다. 다만, 재임기간이 5년을 넘게 되는 만큼 삼성 그룹 차원에서 변화가 목적인 인사를 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일부 CEO는 금융당국의 징계 등을 앞둔 만큼 연임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라임 및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판매 증권사에 대한 제재 여부를 이르면 이달 확정할 예정으로, 결과에 따라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과 박정림 KB증권 사장의 거취가 결정되리라는 분석이다. 만약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3년간 금융권에서 취업이 불가능하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여섯 번째 연임을 이어갈지가 관심사다. 실적에서는 좋은 성적을 냈지만 스타트업 보수 미지급과 기술 탈취 의혹 등이 불거진 것이 변수로 떠올랐다.
불건전 영업 등의 이슈로 금융당국의 고강도 조사가 진행 중인 증권사도 CEO의 향후 거취를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영풍제지 하한가로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한 키움증권의 경우 이미 황현순 사장이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화그룹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매도와 관련해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메리츠증권과 관련 최희문 대표이사 부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증권가에서는 실적 악화에 대비해 안정을 추구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업계 전반에 변화를 추구하는 분위기가 확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는 증권가에 사건사고가 많아 연임 가능성이 큰 CEO를 손에 꼽을 정도”라며 “지난해 연임으로 장수 CEO가 많아진 만큼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