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도 제이엘켐 대표는 17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2019년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 이후 소부장 국산화 바람이 일면서 국산 제품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 들어 다시 일본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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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국산 디스플레이 소재를 개발했으나 대기업 등 고객사에서 평가조차 해주지 않았다. 대기업 입장에선 일본산으로 정상 가동하고 있는데 잘못 바꿨다가 품질 사고가 생기면 수백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수출규제 이후 정부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국산화 정책을 편 덕분에 국내 중소기업에도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가 창업에 뛰어든 것도 소재 국산화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다. 화학회사에서 10여년간 근무하며 무역·마케팅 업무를 해온 정 대표는 글로벌 기업들을 수차례 방문하며 반도체 소재 국산화 필요성을 깨달았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임에도 정작 반도체 소재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는 반도체 시장점유율 세계 1, 2위를 다투는 강국이지만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정작 일본 소재 기업이 수혜를 입었다”며 “국산 소재를 개발해 국내 반도체 회사에 공급한다는 목표로 2010년 회사를 설립하고 2014년부터 연구개발(R&D)에 주력해 꽤 많은 일본 소재를 대체했다”고 했다.
2019년부터는 2차전지 소재 R&D에도 매진해 왔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전해액 첨가제를 자체 개발했으며 현재 삼성SDI(006400) 등과 양산 시기를 논의 중이다. 첨가제는 배터리 충전 시 과열 방지, 수명 연장 등의 기능을 한다.
제이엘켐은 꾸준한 R&D를 통한 안정적 매출처 확보, 제품 물성에 맞춘 양산 시스템 확보 등을 높게 평가받아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의 예비유니콘에 선정됐다. 지난해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며 평가 받은 기업가치는 850억원 수준이지만 향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달성을 노린다.
정 대표는 “반도체, 2차전지 시장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만큼 사회적인 여건만 따라준다면 유니콘 달성을 자신한다”면서도 “소부장 국산화 정책이 흐지부지해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일본과 기술력 차이를 좁혀왔고 국내 시장에서 일본 반도체 소재 의존도가 40% 수준까지 낮아졌다”면서 “최근 들어 일본 소재 기업들이 가격을 확 낮춰 한국 시장에 재진입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대·중소기업, 정부가 힘을 합해 일본 공세를 막고 국내 소재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소재 국산화에서 나아가 국산 소재 글로벌화를 꿈꾼다. 그는 “꾸준한 R&D를 통해 반도체 및 배터리 소재를 지속 양산하고 이를 국내 기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국산화 시도를 이어갈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