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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푸틴의 첫 입장…"유혈 피하려 반란 일부러 놔뒀다"(종합)

김정남 기자I 2023.06.27 07:17:22

리더십 최대 위기 푸틴, 반란 관련 첫 대국민연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23년 철권 통치’ 최대 위기를 맞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장 반란 사태를 두고 첫 입장을 내놓았다. 용병그룹 바그너그룹의 반란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었고, 자신은 유혈 사태를 피하려 무장 반란을 일부러 놔뒀다는 게 골자다. 지도력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이번 무장 반란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연설을 통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

푸틴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이번 무장 반란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연설을 통해 “무장 반란은 어떤 경우든 진압했을 것”이라며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그가 이번 사태를 두고 따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은 “사태 초기부터 심각한 유혈 사태를 피하기 위한 나의 직접적인 지시에 따라 조치가 취해졌다”고 말했다. 바그너그룹이 수도 모스크바 200㎞ 이내까지 빠르게 진격할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조치 때문이라는 해명이다. ‘스트롱맨’ 푸틴 대통령은 2000년 집권 이후 절대 권력을 과시해 왔는데, 이번이 가장 위태로운 순간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추진할 동력을 잃었다는 관측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 와중에 반란군을 ‘일부러 놔뒀다’는 표현을 통해 리더십 회복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유혈 사태를 피하고자) 실수를 저지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행동이 이 사회로부터 단호하게 거부 당하고 있는지, 러시아에 얼마나 비극적이고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왔는지 깨달을 기회를 주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부연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유혈 사태를 피하기 위해 물러난 바그너그룹에 대해 감사하다”며 “바그너그룹 멤버가 원한다면 국방부와 계약하거나 벨라루스로 가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바그너그룹 멤버들에 대해서는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뜻이다. 바그너그룹은 무장 반란을 일으키며 모스크바로 진격했으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극적인 중재로 약 36시간 만에 이를 중단했다. 그는 루카셴코 대통령에 대해서는 “어려운 상황을 해결한 그의 기여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23년 절대 권력, 최대 위기 맞다

푸틴 대통령은 아울러 “바그너그룹의 지휘관과 병사 대부분은 애국자인 것을 알고 있다”며 “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우들에 맞서도록 반란에 이용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장 반란을 주도한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고니 프리고진을 겨냥해서는 “우크라이나의 네오나치와 그들의 서방 후원자, 모든 국가 반역자 등 러시아의 적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동족상잔이었다”며 비난했다.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와 서방처럼 러시아를 적으로 돌리는 반역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반란 종료 이튿날인 이날 여러 일정들을 소화하며 건재함을 과시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청년 기술인력 양성 방안 등을 논의하는 포럼인 ‘미래의 엔지니어’ 행사에 화상으로 참석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이와 함께 연설 이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 블라디미르 콜로콜체프 내무장관 등이 참석한 회의를 주재했다. 프리고진이 문책을 요구한 쇼이구 장관 등에 대한 신임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프리고진 역시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무장 반란을 옹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첫 메시지를 내보였다. 그는 “러시아 정부의 전복을 위해 행진한 것이 아니었다”며 “러시아 병사들의 피를 흘리지 않기 위해 돌아섰다”고 말했다. 그은 “우리는 불의로 인해 행진을 시작했다”며 “우리는 공격 의사를 보이지 않았으나 미사일과 헬리콥터의 공격을 받았고, 그것이 방아쇠가 됐다”고 설명했다.

프리고진은 루카셴코 대통령과 협상 이후 반란을 중단하고 벨라루스로 망명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 직후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노두를 떠난 뒤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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