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重苦’ 겪은 석화업계…NCC 업체들 더 힘들었다

박순엽 기자I 2023.02.26 09:25:31

지난해 국내 주요 석화업체 수익성 하락
NCC 보유 업체, 화학 부문서 모두 적자
“올해 NCC 업체 실적 소폭 회복될 전망”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지난해 4분기 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 감소 등으로 대부분 부진한 성적을 거둔 상황에 NCC(나프타 분해 설비)를 보유한 업체들이 더욱 저조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다운스트림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NCC 업체들보다 공급 부담이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주요 화학업체 영업이익률 추이 (표=한국기업평가)
24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토탈에너지스·SK지오센트릭·여천NCC·대한유화·금호석유화학·SKC·OCI·국도화학·송원산업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업체 11개사의 수익성은 전년 대비 모두 하락했다. 높은 납사 가격, 공급 확대, 경기 저하에 따른 수요 감소의 삼중고(三重苦)가 이어진 탓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부진이 두드러졌다. 경기 저하에 따른 수요 침체 우려와 유가·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부정적 래깅(lagging) 효과와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나타나면서다. 업황이 더욱 부진했던 올레핀 계열 비중이 높은 롯데케미칼, 여천NCC, 대한유화의 부진은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해 4분기를 보면 LG화학·롯데케미칼 등 NCC 6개 업체는 모두 화학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합산 영업이익률도 -2.3%로, 전 분기 대비 2.8%포인트(p) 하락했다. 지난 2018년 이후 미국 ECC(에탄 분해 설비), 중국 NCC 등 신·증설이 이어지면서 기초유분 중심으로 역내 공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호석유화학·SKC 등 다운스트림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전방산업 위축으로 지난해 4분기 수익성이 떨어지긴 했지만, NCC 업체들보다는 공급 부담이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다운스트림 5개사의 합산 영업이익률은 11.7%로, 전 분기 대비 1.3%p 떨어진 수준이었다.

재무 안전성에서도 NCC와 다운스트림 업체 간 다른 방향성을 나타냈다. 배인혜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저조한 업황에 직접 노출됐던 NCC 업체는 수익성 저하와 운전자본 투자 부담 확대로 지난해 말 순차입금이 전년 말 대비 증가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다운스트림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현금 창출력을 토대로 차입 규모를 유지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올해 업황이 회복되리라고 전망하면서도 △현재 저율 가동 중인 역내 크래커들의 가동률 상향으로 공급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점 △중국 유화제품 자급률이 상승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업황 개선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글로벌 경기 저하와 앞으로 반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수요 회복 폭을 제한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NCC 업체와 다운스트림 업체 간 실적도 차이가 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배 연구원은 “NCC 업체들의 실적은 제한적인 업황 회복 속에도 소폭 회복될 전망”이라면서도 “지난해 상반기까지 업황 호조가 이어졌던 주요 다운스트림 업체들은 신증설 물량 출회와 수요 감소 영향이 연간 반영되면서 실적이 저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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