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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충격이 컸던 건 윤 대통령의 ‘이 XX’ 발언이었습니다. 지난 21일(현지시각) 윤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에 참석한 뒤 회의장을 빠져나오면서 참모들을 향해 한 발언이었죠.
카메라에 담긴 윤 대통령의 발언은 애초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로 해석됐습니다. 인플레이션 방지법(IRA) 등 미국과 민감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상대국 정상에 대한 비속어가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바로 제기됐죠.
이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김은혜 홍보수석은 약 하루 만에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즉,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한 말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국회를 뜻하는 말이었다는 것이죠.
‘바이든’이라는 단어가 ‘날리면’이었든, ‘말리면’이었든, 변하지 않는 단어가 있죠. ‘이 XX들’입니다. 한 국가의 정상이 외교 무대의 선 순간 그의 한 걸음, 말 한마디가 가지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의 욕설은 부끄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대통령실의 재해석으로 돌연 유탄을 맞은 민주당은 당연히 반발했죠. 이재명 대표는 “국민은 망신살이고 아마 엄청난 굴욕감 그리고 자존감의 훼손을 느꼈을 것이다. 제 경험으로는 길을 잘못 들면 되돌아 나오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고 했고, 박홍근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이 무려 13시간 만에 내놓은 것은 진실 사과의 고백이 아닌 거짓 해명이었다. 굴욕, 빈손 외교도 모자라 욕설 파문으로 국격을 깎아내리더니 급기야 거짓 해명으로 국민을 분노케 했다”고 맞받았습니다.
자성의 목소리를 여권에서도 나왔죠.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만약 그 용어(이 XX)가 우리 국회를, 우리 야당을 의미한 것이라고 해도 많이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고, 유승민 전 의원은 ”부끄러움은 정녕 국민들의 몫인가. 정말 X 팔린 건 국민들“이라고 직격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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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후반 윤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에 다소 이슈가 옅어지긴 했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실책도 있었습니다. 군 장병의 ‘피복 예산’과 관련된 논란인데요. 시작은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였습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윤석열 비정한 예산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가 △군장병 전투화 310억원 삭감 △축구화 21억원 삭감 △내복 95억원 삭감 △팬티 5억원 삭감 △양말 4억원 삭감 등 군 장병 예산을 감축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우리 아이들이 청춘을 희생해서 군대에 가있는 그 기간 동안에 옷도 신발도 제대로 못 신게 삭감을 했다. 이제 선배 장병이 신다가 버리고 제대하는 신발을 물려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고 호응했죠.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 정책을 비판하는 근거로 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방부의 반박 자료가 나오면서 민주당 지도부의 주장은 빛이 바랬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민주당이 310억원 삭감을 언급했던 전투화의 경우 2023년 전체 예산안이 311억원 수준, 사실상 말이 안 되는 수치였고, 다른 품목도 수치가 맞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국방부는 품목별 단가가 싸졌기 때문에 예산이 줄어든 것뿐이라고 숫자를 제시하기도 했죠.
이 때문에 민주당은 “이 대표는 ‘팬티예산’ 이 아니라 ‘팬티업체(쌍방울)’와 유착이나 설명하시길 바란다”(권성동 의원)는 조롱을 들어야 했죠. 서영교 최고위원은 결국 “착오가 있었다”며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들,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 모두 외면하고 싶을 수밖에 없는 장면들이 지나간건데요. 언제쯤 우리나라 정치가 다른 나라에 자랑하고 싶은 소재가 될까요. 국민들의 자존감을 위해 정치인들이 조금 더 세심한 행보를 보여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