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희의 이게머니]코로나·美테이퍼링, 복잡해진 통화정책 셈법

최정희 기자I 2021.08.20 07:15:00

7월 FOMC 의사록, 연내 테이퍼링 시사…10월 가능성도
中 지준율 추가 인하 가능…`코로나 제로`에 경기위축 우려
뉴질랜드, 금리 인상 전망 깨고 ''금리 동결''..코로나에 봉쇄령
내달 `테이퍼링` 호주 "코로나 경기 대응 강화하겠다"

사진=AFP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델타 변이바이러스 등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전 세계 하루 8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확산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나라별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민감도나 대응법은 천차만별이다.

이에 따라 주요국의 통화정책도 엇갈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세계 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은 연내 조기 테이퍼링(tapering·자산매입 축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반면 중국은 경기 둔화 우려에 지급준비율 추가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뉴질랜드는 금리를 동결했다. 이런 가운데 다음 주 26일 한국은행이 어떤 선택을 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다.

◇ 연준 `가을 테이퍼링` vs 中 완화 vs 뉴질랜드 동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테이퍼링을 시작할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대다수 위원은 연내 테이퍼링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연준 일부 인사는 9월 테이퍼링 발표, 10월 시행을 주장하기도 한다.

테이퍼링을 뒷받침하는 것은 연준이 강조했던 고용 회복이다. 7월 비농업부문 취업자 수가 94만3000명으로 급증했다. 8월부터 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한 만큼 8월 고용 지표를 확인할 필요가 있으나 9월 실업수당이 종료되면
(출처: 아워월드인데이터)


취업자 수가 늘어나면서 고용 회복세가 빨라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노무라 등은 연준이 12월 테이퍼링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11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반면 중국은 코로나19 확산과 경기둔화 우려에 오히려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는 추세다. 인민은행은 7월초 지준율을 12.5%에서 12.0%로 0.5%포인트 인하했고 연내 추가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일 코로나19 확진자 수로 따지면 미국은 이달 29만명대, 중국은 140명대로 미국에 비해 중국의 코로나 확산세는 미미한 정도이나 그 민감도는 훨씬 크다. 중국은 ‘코로나 제로(Covid-zero)’ 전략으로 20개 도시 봉쇄, 항공·항만·철도 봉쇄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런 조치가 코로나를 막기보단 외식·여행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여기에 부동산, 인터넷, 사교육 등 기업 규제까지 겹쳤다.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7월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월 이후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 청정국으로 불렸던 호주, 뉴질랜드도 긴축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호주 중앙은행(RBA)은 9월부터 매주 채권 매입 규모를 50억 호주달러에서 40억 호주달러로 줄이겠다고 예고했으나 최근 코로나19가 경기 회복에 영향을 줄 경우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뉴질랜드는 6개월 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3일 동안 전국 봉쇄령이 내려지는 등의 강력 조치를 실시했고 18일(현지시간) 금리를 동결했다. 뉴질랜드는 블룸버그가 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집값 거품 1위로 꼽히는 국가다. 그로 인해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게 거론됐으나 코로나가 이런 기조를 바꿔놓은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올 상반기 신흥국들이 인플레이션 우려에 금리를 올렸고 중국은 연초보다 완화로 기조를 선회했다”며 “코로나19 확산과 관련 각 나라마다 체감하는 게 다르고 대응 방법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 한은의 선택…금리 인상이냐 동결이냐

이런 가운데 다음 주 26일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 달 코로나19 확산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인상 일정을 뒤로 미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 강화되고 있음에도 코로나19 확산세는 꺾이지 않고 이에 따라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 한은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관건이다.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고 동시에 수도권 집값이 지난달 1.17% 올라 2008년 6월(1.80%) 이후 13년 1개월 만에 가장 높게 오르고 있는 점 등 빚투(빚을 내 투자)로 인한 자산 가격 거품 우려를 부각시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높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문제를 삼는 것은 가격 상승이 부채 증가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것”이라며 “차입에 의한 자산 투자가 상당히 높다는 점이 다른 나라와 다르다”고 밝혔다. 한은이 금리를 인상했다고 해도 코로나19 불확실성 등에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둘 지 여부도 관심이다.

최근 연준 테이퍼링, 반도체, 중국 경기 둔화 우려에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대규모로 매도,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1180원 가까이 급등하면서 원화 약세 또한 심화했다. 이에 원화 약세, 주식 자금 유출 등을 막기 위한 금리 인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채권시장에선 계속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는데 금리 인상으로 그 유입이 더 커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단기적으로 원화가 강세가 되면 오히려 주식 매도를 통한 차익실현 욕구를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