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30대 밀레니얼 세대가 주택시장의 핵심세력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불과 6~7년 전 만해도 30대가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은 부정적이었다. 지금의 30대는 부모세대가 주로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다. 7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는 2012년 극에 달했던 하우스푸어 사태로 아픔을 겪었다. 중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락하면서 부동산 불패신화에 금이 갔다. 한평생 아파트 평수 키우기에 올인했던 부모세대로서는 큰 충격이었다. 이런 모습을 본 30대에게 부동산은 애정보다는 경계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집값이 계속 오르자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감정원의 ‘매입자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 거래량’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팔린 서울 아파트 4495건 가운데 1622건를 30대가 사들였다. 전체의 36%에 이른다. 이는 40대(1227건)나 50대(695건)를 훨씬 앞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첫내집 마련 시기가 갈수록 늦어지고 있는 최근 통계와는 대비되는 것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조사 당시 4년 안에 생애 최초로 주택을 마련한 가구주 평균 연령은 43.3세였다. 2008년에는 40.9세였다. 만혼에 자본축적이 늦어지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30대의 조기 내집 장만이 가능한 것은 구매력이 갑자기 늘었기 때문으로 보기 어렵다. 이보다는 집단적인 심리적 불안이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흥미로운 점은 요즘 30대는 아파트 편식현상이 유독 심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아파트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파트 키즈’다. 교외 논밭이나 전원공간 보다 도심 콘크리트가 익숙하다. 시간과 공간의 경험치가 기성세대와 다르다는 얘기다. 이들에게 내집 마련은 곧 아파트 장만을 뜻한다. 심지어 아파트를 부동산과 동일시하려는 경향도 나타난다. 30대가 아파트에 대한 욕망을 유난히 강하게 드러내는 이유다.
뒤늦게 부동산에 눈을 뜬 이들은 부모세대보다 더 공격적으로 자본의 욕망을 드러낸다. 기성세대가 약간의 ‘죄의식’을 느끼는 갭투자도 포트폴리오의 일환으로 생각한다. 이들은 인터넷 게임을 하면서 자란 ‘게임세대’다. 표준화되고 규격화된 아파트를 일종의 머니게임의 대상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
주택시장에 30대의 등장을 너무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 사회든 경제든 양면이 있는 법이다. 30대의 집 사기는 주택시장에서 세대교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제 머리가 희끗희끗한 베이비부머 이상 세대들이 보유한 주택은 누군가는 사줘야 한다. 베이비부머가 갖고 있는 집만해도 전체 주택의 18%에 달한다. 집을 전자제품이나 승용차처럼 해외에 수출을 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어찌보면 30대의 집사기는 주택시장에서 자연스러운 손바뀜 현상으로 볼 수 있는 얘기다.
하지만 일부에선 부의 대물림으로 계층 간 위화감이 생길 수 있다. 10억원대 아파트를 30대가 월급을 모아서 살 순 없다. 주로 고가주택은 부모의 재력이 뒷받침되는 금수저들이 산다. 합법적으로 증여세를 내고 받았든, 몰래 지원 받았든 모두 부모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금수저가 아닌 일반 30대들은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과도하게 내는 ‘영끌’도 서슴지 않는다. 금리가 오르거나 집값이 떨어지면 아버지 세대가 겪었던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자칫 대를 이어 하우스푸어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주택 구입 쏠림현상을 시기적으로 이연시킬 필요가 있다. 기다리면 싸게 집을 살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그 신호가 믿음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집값도 잡힌다. 30대의 집사기 붐을 지켜보면서 이래저래 드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