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제일 아쉬운 게 2·4 부동산 대책입니다. 정권 초기 아니면 딱 1년 전이라도 일찍 나왔어야 합니다. 지금은 부동산이 꼬일 대로 꼬여서 이 매듭을 어떻게 풀지 쉽지 않네요.”
최근 기자와 만난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렇게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2·4 대책은 정부가 지난 2월4일 발표한 부동산 공급대책입니다. 2025년까지 서울 32만호를 포함해 전국 83만호 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부동산 정책 기조를 수요 억제에서 공급 확대로 빨리 전환했어야 했다는 게 그의 지적이었습니다.
조금 더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걱정이 많아졌다”고 토로했습니다. 2·4 공급대책을 추진하는 주체가 LH인데, 땅 투기 논란에 휩싸인 LH가 신뢰받는 공급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그는 그렇다고 LH 조직혁신안을 당장 내놓을 수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는 “자칫 설익은 대책을 내놓으면 LH를 비롯한 공공기관 노조들이 머리띠 두르고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문재인정부가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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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불확실성↑..김동연 “신중해야” Vs 與 “올려야”>(2017년 9월12일), <보유세 엇박자..김경협 “검토 착수” Vs 기재부 “검토 없다”>(2017년 9월26일), <추미애·김동연, 보유세 이어 한미 FTA 놓고 ‘입장 차’>(2017년 11월16일) 등은 이데일리가 문재인정부 첫해에 쓴 기사 제목입니다.
문재인정부 첫해에는 당정청 엇박자가 심했습니다. 종합부동산세를 올릴지 여부를 놓고도 의견이 달랐습니다. 여당에서 보유세 강화를 검토 착수한다는 입장이 발표되면, 기재부는 “검토한 바 없다”며 선긋기에 나섰습니다. 이렇게 부동산 수요정책 방향·속도를 놓고 당정청이 옥신각신하다가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인사 타이밍을 놓친 것도 문제입니다. 부동산 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장관의 시각은 민심, 시장의 시각과 괴리가 컸습니다.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은 2017년 6월23일 취임식에서 “아직도 이번 과열 양상의 원인을 공급 부족에서 찾는 분들이 계신 것 같다”고 밝힌 뒤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를 밀어붙였습니다. 하지만 20번 넘는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습니다. 그럼에도 김 전 장관은 작년 12월 퇴임까지 3년 6개월이나 장관직을 유지했습니다. 후임으로 변창흠 장관이 취임해 부랴부랴 공급대책을 만들었지만 이번엔 전 직장인 LH에서 터진 투기의혹 사태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성난 부동산 민심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에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지난 2일 한국갤럽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답변)이 32%로 취임 이후 역대 최저라고 공표했습니다. 전 연령대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을 앞질러 레임덕 위기임을 보여줬습니다.
응답자들은 부정 평가 이유로 ‘부동산 정책’(40%)을 1순위로 꼽았습니다.(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 여론조사로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됨)
부동산 정책 역풍은 세종관가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입니다. 벌써부터 관가는 4·7 재보선 이후 대대적인 개각이 있을 것이란 전망에 술렁이고 있습니다. 국무총리,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고용노동부·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해양수산부 장관, 금융위원장 등 경제팀 전반이 바뀔 것이란 관측도 제기됩니다. 부처 수장이 누가 올지에 따라 관가 분위기는 확 달라집니다. 1급을 비롯한 각종 인사와도 맞물려 있다 보니, 관가가 들썩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부동산 정책만큼 복잡한 사안이 없기 때문에 명쾌한 정답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오답은 있습니다. 당정청 엇박자로 잡음만 내고,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고 ‘불통 인사’가 계속될수록 상황이 악화한다는 점입니다. 실책을 반복하지 않고 정책·인사를 쇄신하는 방안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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