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하모니홀에서 열린 ‘이데일리 SRE 크레딧 세미나’에서 진행된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날 ‘부각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투자 어떻게 투자할까’라는 주제로 진행된 토론에서는 ESG채권 수익률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상충, 극과 극인 ESG 평가등급, ESG펀드 차별성에 대한 문제제기 등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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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장을 맡은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장 먼저 ESG채권 투자 확대가 시장의 자발적인 성격이기보다 명분과 당위성을 앞세워 투자가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질문부터 던졌다. ESG채권 수익률보다는 책임투자라는 명분만 쫓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이에 대해 패널로 참석한 이화정 국민연금 채권위탁팀장은 “투자 수익률이 높은지 낮은지는 관점과 정의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며 “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ESG 등급이 높은 기업이 지속 가능성이 크고 투자 수익률도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물론 “동일기업이 발행한 일반채권과 ESG간 금리차이가 거의 없다”며 “다만 ESG채권은 현재 초기단계라 금리가 높고 낮다에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향후 얼마나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ESG 요소를 고려하느냐에 따라 장기적인 투자 수익률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훈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부문 이사는 “단기적으로 봤을 때 ESG채권이 수익성보다 지속 가능성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ESG 등급이 높은 기업이 위험조정수익률 측면에서는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수익률과 지속가능성이 충돌하는 경우 어느 쪽이 우선시 되느냐는 질문에도 토론자들은 지속 가능성에 비중을 뒀다.
이 팀장은 “우선 국민연금은 국민의 돈을 굴리는 곳이다”며 “수익성보다는 통합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성으로 녹아들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이사도 “무리하게 수익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채권형 펀드인 만큼 지속 가능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이 목표”라고 전했다.
김연준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은 이에 대해 “재무적인 변수 중심에서 비재무적인 요소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단순히 수익성보다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 투자자가 문화를 확산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측면에서 제도적인 기반을 조금씩 마련해 나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ESG등급 극과 극…“아직은 소통 부족”
ESG 평가등급이 극과 극인 문제도 있다. 현재 ESG채권으로 인증받기 위해 준수해야 할 요건에 대한 공적인 규제는 없으며, 민간 자율에 의해 규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 이사는 “ESG 채권 투자 분석이라는 것 자체가 비재무적인 요인”이라며 “평가에 있어서 정성적인 부분이 많아 ESG평가 기관별로 일관적이지 못한 결과는 아직 충분히 감내를 해야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신 이사는 “여기서는 시장참여자들의 소통이 중요하다”며 “자산운용사는 평가분석 시스템이 잘 갖춰 잘못된 평가는 조정하고 참여자 간의 시스템을 맞춰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도 “채권에 대한 시가평가가 도입이 됐을 때도 평가사들 간 가격 차가 많이 났고, 시장 참여자들과 지속적인 소통으로 괴리를 줄여나가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이번 ESG평가등급에 대해서 국내 채권의 모든 참여자들이 납득할 만한 합의점이 부족한 상황이다. 소통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팀장은 “정부 또는 협의체를 통해 가이드라인이 나와준다면 빠른 속도로 시장 평가 기준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과장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맞춰나갈 필요가 있다”며 “아직은 공적 규제나 제도가 개입하기보다는 시장참여자들이 논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ESG 등급 기준을 표준화하고 시장이 투명하게 공개된 후에 공적 규제가 뒷받침 된다면 완성된 형태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무늬만 ESG?…“투자할 곳이 없다”
한편에서는 주식형 ESG와 같이 무늬만 ESG채권이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한다. 주식형 ESG펀드의 경우 실제로 편입 종목을 뜯어보면 일반 주식형 포트폴리오와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신 이사는 “주식형 ESG펀드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운용사 입장에서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이미 그 부분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고 채권형 ESG펀드의 경우 벤치마크부터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채권은 주식과 다르게 특수목적채권이 있고 만기별로도 다르다”며 “이에 대해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 연기금들과 지속해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ESG채권이 발행 규모는 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일부 기관(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의 비중을 제외하면 공급이 많지가 않다”며 “제대로 된 ESG 채권펀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급 차원에서 시장의 변화가 우선으로 나타나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