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만기 “에볼라로 백신개발 전환, 플랫폼 기술 통해 기간 단축”

강민구 기자I 2020.04.22 05:00:00

[인터뷰]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차장
에볼라바이러스로 신속 개발 돕는 플랫폼 필요해져
''코로나19'' 국제협력 필요...생산설비 확충 관건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에볼라바이러스가 좋은 선례가 됐습니다. 국제 사회에 전통적 방식으로는 감염병 대응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돼 전략이 바뀌었고, 이후 출범한 CEPI(감염병대비혁신연합) 등을 중심으로 유전자재조합 백신 같은 플랫폼 기술을 통해 좀 더 신속한 백신 개발이 가능해졌습니다.”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IVI)의 송만기 사무차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빌게이츠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이 전화 통화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퇴치를 위한 백신 개발에 협력하기로 한 가운데 한국도 CEPI 참여를 비롯해 국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 협력이 이뤄지면 백신 개발에 필요한 효능평가 시스템, 표준화 작업이 동시에 진행돼 백신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 다른 참여 국가와 상호 검증과 비교를 통해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을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송 사무차장은 이러한 점에서 국내 백신 개발을 지속하는 한편 국제사회와 협력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차장.<사진=국제백신연구소>
에볼라바이러스로 신속 감염병 대비 필요해져...신규 플랫폼 개발

지난 2014년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유행한 에볼라바이러스는 2016년 기준 2만 8000명 이상을 감염시켰고, 1만 10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냈다. 에볼라바이러스는 국제 사회 대응의 전환점이 됐다. 장기간이 소요되는 완전한 백신개발에서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임상 2상까지 마쳐놓고, 이를 신종 감염병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전략으로 바뀐 것이다.

통상적인 백신 개발은 5~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백신 후보물질 탐색부터 전임상, 임상 단계를 거치며 백신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 에볼라 창궐 당시에도 백신 개발은 지속됐지만, 임상시험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사상자가 계속 발생하자 임상 3상에 돌입, 문제가 되는 지역주민들에게 투여해 효과를 확인했다. 이후 다른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범위를 넓혔다. 송 차장은 “에볼라 백신은 지난해 하반기가 되서야 유럽과 미국에서 승인됐다”며 “현재 위험지역에 백신을 미리 비축했다 접종하는 방식으로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에볼라바이러스는 너무 고위험바이러스라 약독화 전략이나 대량배양이 필요한 사백신(죽은백신)이 불가능하다. 기존의 전통적인 백신개발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개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인체에 무해한 수포성구내염 바이러스나 아데노바이러스를 에볼라바이러스의 백신항원을 전달하는 운반체로 이용하는 백신이 개발됐다.

에볼라 바이러스처럼 감염병이 많은 피해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미리 대응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국제사회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에 2017년 노르웨이 정부 주도로 웰컴트러스트 재단,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등이 참여한 CEPI가 출범했다. CEPI 출범으로 대규모 투자들이 이뤄지고 DNA나 mRNA 같은 유전자재조합 백신 등의 새로운 백신 플랫폼 개발이 가속화됐다.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는 모더나, 이노비오의 회사도 자금을 지원받아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고, 코로나19에 적용해 신속하게 임상시험을 추진중이다.

국제 표준·상호 검증 위해 협력 필요...생산설비 확충·단가절감 관건

코로나19의 완전 종식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백신 개발이 필요하다. 백신이 있어야 질병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감염병 자체를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6곳 이상의 연구기관, 대학이 코로나19 백신 임상 시험에 돌입했고, 60여곳 이상이 백신후보물질을 개발중이다. 비공식적인 곳을 합하면 100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송 차장은 “전 세계 전문가 간 온라인 회의와 함께 국제협력을 통해 국제 표준, 상호 검증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도 백신 개발을 위해 자원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임상시험 효능·안전성 입증까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급하더라도 임상을 통한 면역 활성 반응, 중화항체 발생 등 인체 반응을 확인해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신이 실제 개발에 성공하면 국내만 수천명, 전 세계적으로는 수만명에 달하는 백신 수요를 충족시킬만한 생산설비도 마련해야 한다. 또 백신의 공공성을 감안해 단가를 절감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 송 차장은 “새로운 플랫폼 기술들이 등장하며 백신 개발을 단축시킬 수 있는 상황까지 왔다”면서 “앞으로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신 개발의 어려운 점은 실제 임상시험을 해봐야 안다는 것”이라며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하지 못하면 다시 원점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서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국민적 기대에 부응했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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