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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 작업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부사장들이 구속됐다. 삼성전자 상무급 2명에 이어 부사장급 2명이 구속되면서 삼성전자 차원의 증거인멸이 진행됐다는 정황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삼성바이오 사장은 구속을 면했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과 김모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 박모 삼성전자 부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김·박 부사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사장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송 부장판사는 김·박 부사장에 대해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했다. 김 사장에 대해선 “2018년 5월 5일자 회의의 소집과 피의자의 참석 경위, 회의진행 경과, 이후 이뤄진 증거인멸 혹은 은닉행위 진행과정, 피의자 직책 등에 비춰보면 증거인멸교사 공동정범 성립 여부에 관하여 다툴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 “피의자의 주거와 가족관계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김 사장이 삼성바이오와 자회사 삼성에피스 증거인멸 행위를 주도한 책임자로 보기는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지난 22일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세 사람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김 사장이 지난해 검찰 수사가 예상되자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 회계자료와 내부 보고서 등의 은폐를 지시했다고 봤다. 김 사장는 그러나 수차례 검찰 조사에서 ‘직원들과 삼성전자 TF가 알아서 했다’는 취지로 혐의를 대체로 부인했다. 김 사장은 영장심사에서선 자신이 구속되면 해외언론에 대서특필되고 한국 바이오산업이 뿌릴째 흔들릴 거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소속인 두 부사장은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의 증거인멸 작업을 계획 및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앞서 구속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백모 상무와 보안선진화TF 서모 상무의 증거인멸 행위를 윗선에서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상무와 서 상무는 구속되자 기존 입장을 바꿔 윗선의 지시를 인정했다.
이로써 구속된 사람은 7명으로 늘어났다. 삼성오에피스 임원 2명과 삼성바이오 팀장급 직원 1명, 삼성전자 상무 2명과 부사장 2명 등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직적인 증거인멸행위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증거인멸 작업 총괄자로 지목된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의 소환조사를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옛 그룹 미래전략실 출신인 정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다만 김 사장의 영장기각으로 정 사장 소환시기가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검찰은 김 사장에 대해선 기각사유를 분석한 뒤 영장 재청구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삼성에피스가 작년 검찰 수사에 대비해 삭제한 ‘부회장 통화결과’와 ‘바이오젠사 제안 관련 대응방안(부회장 보고)’ 등 공용폴더 내 파일 2100여개에서 디지털포렌식으로 상당수를 복원해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 이 중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육성통화 파일도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에피스 사장과 직접 통화한 음성파일에는 바이오 사업과 회사 현안에 대해 보고받은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