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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확장 위해 CI 교체”… 올해 ‘얼굴’ 바꾸는 中企들

김정유 기자I 2019.03.07 05:25:00

‘선풍기 명가’ 신일산업, CI 변경작업 추진… 이달 중순 공개
위닉스, 연내 신규 CI 구축 계획 “종합가전 이미지 노려”
락앤락도 연초부터 새로운 BI 노출, CI 등 재정비 추진
‘히트상품’에 고착화된 기업 이미지, CI 변화 등 '진화' 꾀해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이 올해 ‘회사의 얼굴’인 ‘기업 이미지’(CI) 교체에 대거 나선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변화한만큼, CI 교체로 회사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히기 위해서다. 주로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시장을 중심으로 사세를 키웠던 중소·중견기업들이 CI 교체를 통해 기존 영역의 틀을 깨고 사업 확장을 위한 전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선풍기 명가’로 불리는 중소기업 신일산업(002700)은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새로운 CI 구축 작업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의 새로운 CI는 이르면 이달 중순께 완성될 예정이다. 이번 CI 교체 작업은 정윤석 신일산업 대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직접 진두지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신일산업은 선풍기, 에어 서큘레이터 등 냉방가전을 중심으로 생활가전 전반을 생산하고 있는 업체로 지난해 매출액 168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신일산업 입장에서 창립 60주년이자, ‘도약의 해’로 꼽힌다. 최근 4~5년간 적대적 인수·합병(M&A) 위기에 시달린 탓에 그간 제대로 사업에 집중하지 못했지만 지난해 반등의 기회를 잡았기 때문. 신일산업은 적대적 M&A 위기를 잘 마무리하는 동시에 지난해 냉방가전 특수를 통한 큰 폭의 실적 반등에도 성공했다. 올해 신일산업이 내건 과제는 ‘종합생활가전’으로서의 기업 이미지 변신이다.

이번 CI 교체 추진도 이 같은 기업 이미지 변신 차원이다. 60년 역사를 지닌 신일산업이 오랫동안 ‘선풍기 회사’로 이미지가 고착화됐다는 측면이 작용했다. 종합생활가전으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젊은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해 새로운 변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더불어 사명도 기존 신일산업에서 ‘산업’을 뺀 ‘신일’로 교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신일산업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선풍기 회사’로 인식돼 있는데 회사의 목표는 종합가전업체이자,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이라며 “CI도 역동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등 선진화된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각종 생활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중견기업 위닉스(044340)도 CI 교체 작업을 추진 중이다. 위닉스는 ‘제습기’로 성공을 거둔 후 공기청정기, 의류건조기 등으로 제품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사는 연내 새로운 CI를 구축을 목표로 올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변화를 꾀할 예정이다. 위닉스 역시 종합생활가전업체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이번 CI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닉스도 2014년까지 삼성, LG 등 대기업을 제치고 제습기 1위 업체로 이름을 높였지만 직후 ‘마른장마’로 인해 ‘고난의 행군’을 이어왔다. 이후 공기청정기를 생산하며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반등의 기회를 잡았지만 여전히 위닉스를 ‘제습기 회사’로 인식하는 소비자 인식이 많은 편이다. 위닉스가 최근 CI 변경 추진 등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는 이유다. 이 회사는 지난해 330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주방용품 중견기업 락앤락(115390) 역시 올초부터 CI와 브랜드 이미지(BI)에 변화를 주고 있다. 기존 푸른 색상의 이미지를 흑백으로 간결하게 바꾸는 등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아직 전반적인 CI·BI 전략과 가이드라인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연내 변경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락앤락은 새로운 BI를 최근 독일에서 열린 소비재 박람회 ‘암비엔테’ 등에서 사용하는 등 시범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밀폐용기’로 고착화돼 있는 회사의 이미지를 종합생활용품업체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도에서다. 락앤락은 이를 위해 CI와 BI를 막론한 모든 브랜드 재정비 작업을 추진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이용 중인 로고는 시범운용 중인 것으로 공식적으로 CI를 변경했다고는 볼 수 없다”며 “아직 CI·BI 전략에 대해 정확하게 방향이 잡혀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올 하반기엔 전반적인 전략의 틀이 나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의 CI 교체 바람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업체들의 장기적인 비전과 맞닿아 있다. 이들 업체들은 B2C 시장에서 주력 ‘히트상품’의 이미지가 강하다. 예컨대 신일산업은 선풍기, 위닉스는 제습기, 락앤락은 밀폐용기 등으로 특정 제품이 회사의 이미지를 대변하고 있는 식이다. 사업 초창기엔 이 같은 이미지 형성이 기업에게 도움이 되지만, 사업 확장 시기엔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기존 사업 영역의 틀을 깨고자 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이 최근 CI 등에 변화를 주며 기업 이미지를 재형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고착화된 기업 이미지를 바꾸고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다는 측면에서 CI 변경 등 기업들의 시도는 생존과도 연결돼 있다”면서도 “CI는 무작정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게 아닌, 오랫동안 형성된 기업 이미지를 살리면서 미래 사업방향까지 담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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