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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조에 팰리세이드 증산 막힌 현대차 코미디

논설 위원I 2019.02.18 06:00:00
현대자동차가 신차 팰리세이드의 주문 폭발에도 불구하고 마냥 웃을 수 없는 딱한 신세라고 한다. 팰리세이드는 지난해 11월 출시 이래 불과 3개월 만에 5만대 계약을 목전에 두는 등 국내 대형 SUV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현재 월 생산량은 4000대에 불과하다. 지금 신청해도 10개월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밀려드는 주문을 맞추려면 생산을 늘려야 하나 그게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노조의 동의 없이는 증산이 불가능한 탓이다. 노조는 근로 강도가 높아진다며 생산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수요예측을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므로 회사 책임이라는 논리다. 현대차는 2006년에도 노조 반대에 부딪혀 NF쏘나타 증산을 포기하는 등 생산량 조정 문제로 여러 차례 노사 갈등을 빚었다.

지금 국내 자동차업계는 처지가 매우 어렵다. 중국,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위에 올랐던 생산량은 이미 2016년 인도에 뒤졌고 지난해에는 멕시코에도 밀려 7위로 내려앉았다. 세계 10대 자동차 강국 중 3년 내리 생산량이 쪼그라든 나라는 한국뿐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고 중국에서 고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은 수입차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관세 폭탄을 예고하는 등 향후 경영 환경도 악화일로다.

현대차처럼 노조가 증산을 가로막는 구조로는 경쟁이 치열한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미국 GM이나 일본 도요타 등은 경영진이 증산 여부를 판단하며 국내에서도 쌍용차는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이후 탄력적 생산이 가능해졌다. 팰리세이드 증산 협의가 조속히 마무리되지 않으면 6개월 정도인 신차 효과를 놓칠 뿐만 아니라 오는 4월로 예정된 미국 시장 진출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9월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래 새로운 시도와 융합을 줄기차게 강조해 왔다. 재계 최초로 정기 공채를 수시채용으로 전환하고 지난주에 단행한 새해 첫 인사에서 순혈주의를 타파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하지만 노조에 발목 잡혀 인기 차종의 물량도 못 맞추는 황당한 상황에서 그 어떤 시도와 융합이 먹히겠는가. 노조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앞날을 기약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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