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의 임기 만료가 불과 2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차기 회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간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던 문규영 수석부회장(아주그룹 회장)이 급작스레 사퇴하면서 중견련 10대 회장 자리도 오리무중이 된 상태다. 업계 일각에선 활발한 대외 행보를 보였던 중견련 부회장단 중 일부가 차기 회장으로 추대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전반적인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2일 중견련에 따르면 중견련은 이달 안에 차기 회장 추대와 관련한 회장단 회의와 이사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회장단과 함께 차기 회장 선임에 대한 의견을 모은 후 다음달 열리는 정기총회를 통해 추대 및 선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당장 다음달부터 임기 시작인만큼 이달 안에 차기 회장에 대한 의견을 모으지 않으면 일정상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때문에 회장단 회의부터 신속히 열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개최 시기를 확정 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련 관계자는 “이달 안에 회장단 회의를 열 계획이지만 아직 정확한 시기가 잡히지 않았다”며 “회사 경영 등 다른 일정들이 많아 쉽게 회의 시기를 확정짓기 힘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호갑 회장은 2013년 2월 중견련 8대 회장으로 취임한 후 2016년 한 차례 연임했다. 중견련 규정상 임기 3년에 1회 연임이 가능하다. 때문에 차기 수장으로는 강 회장 외에 다른 인물이 추대돼야 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견련의 차기 회장은 문규영 수석부회장이 유력했다. 공식 석상에서 강 회장이 “차기 중견련 회장은 문규영 수석부회장”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확실시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문 부회장이 급작스레 수석부회장 자리에서 사퇴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일각에선 중견련 내부 갈등 때문이라는 시선도 있었지만 중견련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회사 경영에 충실하고자 수석부회장을 사퇴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갑작스레 사퇴한 문 부회장의 여파는 컸다. 아직까지 강 회장의 공석을 메울 인물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더욱이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현안은 물론 생계형 적합업종과 같은 경영상 압박을 받을 수 있는 정책들이 본격 시행된다. 차기 중견련 회장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중견기업계 일각에선 그간 활발한 대외활동을 보였던 일부 중견련 부회장들이 차기 회장으로 나서주길 바라는 분위기다. 우오현 삼라마이더스(SM) 회장과 정구용 인지컨트롤스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우 회장과 정 회장은 지난해 열린 4차례의 중견련 대외행사에 3차례나 참석할 정도로 중견련 활동에 의욕을 보였다. 우 회장은 삼라건설을 주력으로 사세를 확장해 회사를 국내 대표 중견기업으로 키운 인물이다. 2016년엔 한진해운 미주노선을 인수, 해운업에 진출하는 등 과감한 경영으로도 알려져 있다. 자동차엔진 부품회사인 인지컨트롤스를 키운 정 회장도 과거 한국상장회사협의회장을 역임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 인물이어서 관심을 받는다.
최악의 경우 아무도 차기 회장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협회 규정을 바꿔 강 회장의 연임을 추진하는 방안이 있다. 하지만 강 회장은 이미 회사 경영에 전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황이어서 연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견기업계 관계자는 “현재 경영환경에서 중견련 회장까지 맡아 하기엔 누구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중견기업 특별법이 제정되고 법정단체로 중견련이 도약한 만큼 기업인들의 희생정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