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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로봇업계의 간판스타인 유진로봇의 신경철 대표는 최근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로봇시장에서 선두주자로 치고 나가 자리매김하지 못하면 한국로봇업계는 세계로봇산업에서 후발주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유진로봇은 지능형 서비스 로봇분야에서만큼은 세계 최고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유진로봇은 명실상부한 국내로봇산업의 대표 주자다. 가장 오래된 국내로봇 전문업체이기도 하다. 신 대표는 한국로봇산업의 산증인이자 주역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말 유진로봇은 세계적 프리미엄 가전업체인 독일의 밀레와 손을 잡고 합작법인을 만들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120년 역사를 가진 글로벌기업 밀레가 유진로봇과 한살림을 차렸다는 것 자체가 유진로봇이 세계적 로봇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강소기업이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로봇전문기업으로서 어느 경쟁사보다 오래 살아남아 세계로봇산업의 선두가 되고자 한다”는 게 신 대표가 밀레와 손을 잡은 배경이다.
신 대표는 로봇산업에서 최고봉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을 ‘고슴도치 전략’으로 요약했다. 고슴도치 전략은 덩치 크고 교활한 여우에 맞설 때마다 날카로운 가시로 몸을 빙 둘러 웅크리면서 백전백승하는 고슴도치처럼 자신만의 장점을 단순화하고, 모든 자원을 여기에 집중함으로써 결국 목표를 달성해내는 것을 말한다.
“로봇산업은 10년 이상 끈기있게 막대한 금액을 연구개발에 집중해야 제대로 된 로봇이 나올까 말까 한 특수한 산업분야다. 자금력이 넉넉하지 못한 중소기업으로서 처음부터 철저하게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펴온 게 주효했다.”
그가 꿴 고슴도치 전략의 첫단추는 ‘제품’의 선택과 집중이다. 신 대표는 다양한 로봇 분야에서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지능형 서비스 로봇 개발에만 회사 역량을 집중했다.
그는 개발할 서비스 로봇 분야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도 까다로운 자체 충족조건을 통과해야만 가능할 수 있도록 회사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조건을 하나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아무리 욕심이 나더라도 과감하게 포기했다.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연구·개발의 상품화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로봇 하나를 개발하는데 장기간에 걸쳐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가량씩 연구·개발비가 들어가는 업의 특성상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으로서는 필수적 생존전략이기도 했다.
유진로봇에서 로봇개발 품목으로 선정되기 위해서 충족해야 할 최소조건은 △시장규모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하며 성장세가 충분할 것 △기술적으로 경쟁사들이 여간해서 따라 할 수 없어야 할 것 △자체 보유한 특화된 기술이 있어야 할 것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할 인적, 재정적 기반을 자체 확보하고 있어야 할 것 등이다.
이 조건을 맞춰 유진로봇에서 지금까지 내놓은 대표로봇으로는 유아교육용 로봇인 ‘아이로비’, 청소로봇 ‘아이클레보’, 물류로봇 ‘고카트’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아이로비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유아교육용 로봇으로 글로벌하게 주목을 받은 제품이다. 고카트는 병원, 사무실, 물류 센터 등에서 활용되는 데 현재 시제품을 내놓았고, 올해 연말 안에 정식으로 시장에 출시한다.
그가 선택한 고슴도치 전략의 두 번째 단추는 ‘회사역량’의 선택과 집중이다. 신 대표는 무엇보다 연구·개발(R&D)에 회사의 인적, 물적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 회사 전체 직원 130명 가운데 연구·개발 관련한 인력은 50% 가량인 60여명에 달한다.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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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R&D 인력을 핵심 원천기술별로 전담 프로젝트팀을 운영하면서 치열한 내부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현재 3D라이다 센서, 구동기술, FMS(다중로봇제어시스템) 등 5개 프로젝트 팀이 팀별로 4명가량씩 배치돼 가동되고 있다.
유진로봇은 매년 매출의 15% 이상을 연구·개발에 쏟아붓는다. 유진로봇이 지난 30년간 로봇 한 분야의 연구·개발에만 집중해온 결과 현재 로봇 관련한 국내외 특허권만 230여개를 보유하고 있다. 신 대표는 “다양한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보니 이제는 각각 서비스 분야의 로봇 완제품 개발은 물론 핵심로봇 부품사업까지도 병행할 정도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시장’의 선택과 집중도 유진로봇 고슴도치 전략의 핵심 구성요소다. 유진로봇은 사업 초기부터 내수보다는 해외시장 공략에서 활로를 찾는 전략을 택했다. 회사 마케팅 역량이 국내 대기업들에 비해 턱없이 열악한 상황에서 공략해야 할 시장의 전선을 해외로 한정함으로써 판로를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확보할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국내시장은 신제품 테스트 베드로서 철저하게 활용하는 전략을 취했다. 시제품으로 내수시장에서 고객반응을 살펴본 후 정식 제품출시는 해외에서 하는 듀얼 출시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신 대표는 “중소기업으로서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상황이었지만 제품력에 자신이 있다 보니 내수시장보다 해외시장 공략에 중점을 둬왔다”며 “국내 시장기반이 취약한 여건하에서 회사의 마케팅 역량을 분산시키지 않고 해외에만 집중한 게 초기 사업안착에 큰 효과를 발휘했다”고 설명했다.실제 이 회사는 현재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유럽, 러시아, 중국 등을 중심으로 한 해외시장에서 거둬들이고있다.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차별화된 기술확보에 회사 역량을 선택적으로 집중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신 대표의 고슴도치 전략이다.
그는 무엇보다 로봇의 성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기술인 내비게이션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로봇이 자유롭게 움직이려면 가장 기본적인 필수기능이 멈춰 있거나 움직이는 물체와 부딪히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내비게이션 기술은 로봇제품의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로 손꼽힌다.
이 회사의 대표상품인 청소로봇과 물류로봇 고카트가 로봇업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도 이 제품에 내장된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네비게이션 기술에 있다. 최근 유진로봇은 로봇 네비게이션 분야의 최첨단 기술로 꼽히는 3D 라이다 센서 개발에 성공하면서 다시 한번 기술경쟁력을 과시했다. 3D 라이다 센서는 레이저를 활용해 물체의 위치와 거리를 파악하는 장치로 로봇은 물론 자율주행차 등에 있어 필수적인 부품이다.
3D 라이다 센서는 고난이도 소프트웨어 기술이 밑받침되어야 하고 수작업으로 만들어야 해서 대당 가격이 5000달러에서 5만달러에 이르는 고가 장비다. 자율주행차의 가격이 비싼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신 대표는 “이 장비를 국내에서 만들 수 있는 곳은 유진로봇 외에는 전무하다”며 “글로벌하게도 자율주행차 업체를 포함해도 5~6곳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유진로봇은 빠르면 연말부터 자체 개발한 3D 라이다 센서를 청소로봇과 고카트등에 장착할 예정이다. 기존 3D 라이다 센서 대비 가격은 절반 이하의 수준으로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신 대표는 10년 후 유진로봇의 모습을 “세상에 유익하고 사용하기에 편리한 지능형 로봇을 만드는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확신했다.
신경철 대표는 △1980년 서울대 기계설계학 학사 △1982년 서울대 기계설계학 석사 △1988년 미시간대(앤아버) 기계공학 박사 △1990년 유진로보틱스 부설연구소 소장 △1993년 유진로보틱스 대표이사 사장 △2003년 한국지능로봇산업협회 회장 △2006년 유진로봇 대표이사 사장 △2008년 ~ 현재 한국로봇산업협회 부회장 △2015 ~ 2017년 제9대 코스닥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