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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최근 석달간 껑충 뛰어오른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 토지시장이 7월 들어 힘이 쭉 빠졌다. 그동안 단기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많이 쌓인데다 남북관계 개선 속도가 더뎌지면서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파주 민통선 땅값, 4~6월 석달간 70% 뛰어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경기도 파주시 땅값은 올해 상반기 5.6% 뛰었다. 전국 시·군·구별 상반기 최고 상승률이다. 감정원 관계자는 “남북관계 개선 및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개통 기대감에 따른 투자수요가 몰린 여파”라고 설명했다.
상반기 중에서도 남북관계 개선 조짐이 본격화한 2분기(4~6월)에 땅값이 집중적으로 올랐다. 이 기간 파주시 땅값 상승률은 4.7%다. 특히 임진강 너머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 위치한 파주시 군내·장단·진동면의 토지 가격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급등했다.
파주시 군내면 지가는 4~6월 석달 사이에만 무려 76.0% 폭등했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하는 지가지수가 지난 3월 109.16에서 6월 192.12로 뛴 것이다. 같은 기간 장단면 땅값은 68.0%, 진동면은 50.9% 올랐다. 전국 최고라는 파주시 땅값 평균 상승률(4.7%)보다도 10배 이상 큰 수치다.
같은 기간 토지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파주시 민통선 내 토지의 손바뀜이 급격히 일어났다. 올 초만 해도 파주시 순수토지 매매건수는 900여건에 불과했지만 3월 1415건으로 급증한 뒤 4월 1687건, 5월 1703건으로 꾸준히 늘었고 6월도 1500건 가까이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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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단기간 이처럼 가격이 급격히 오르고 거래가 대거 이뤄졌지만 7월 들어 분위기가 꺾였다. 지난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 북미와 남북관계에 큰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비핵화의 선제적 조치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기 등을 약속했지만 국제사회는 여전히 대북 제재를 이어가고 있고 북미간 실무회담은 공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여러 가지 규제에 묶여 있는 것도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강화해 내년부터 부동산 자산가들의 과다 보유 부동산에 대해 세 부담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여파로 7월 들어 거래가 확연히 줄었다고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4~5월에 비하면 절반 내지 4분의 1 수준으로 거래량이 쪼그라들었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파주시 파주읍 태광공인의 박병득 대표는 “땅주인들은 기대치가 높아 호가를 낮추지 않는데 매수인들은 더 신중해져서 거래를 성사시키기 어렵다”며 “투자자들은 현재 매도 호가가 심리적 기준선을 훨씬 넘어섰다고 느끼고 있어 무리하게 매수에 나서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민통선 내 땅값이 단기 급등한 만큼 향후 수용되더라도 기대만큼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단면의 경우 남북 정상회담 직후 정부가 이른 바 ‘제2 개성공단’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몰렸는데 일부 공인중개사들은 계약서에 ‘향후 보상금액과 관련해 중개업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특약사항을 넣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통선 지역은 공시지가 자체가 상당히 낮게 책정돼있는데다 짧은 기간 가격이 오른 만큼 현재 시세 대비로는 충분한 보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공통된 생각이다. 3.3㎡당 10만~15만원하던 장단면 땅이 지금 30만원까지 뛰었다고 해서 당장 보상 기준이 30만원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보상금액이 3.3㎡당 20만원 정도로 책정된다면 3억원 짜리 땅을 사고도 보상을 2억원 밖에 못 받는다는 뜻이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가격이 다져지려면 적어도 1년 정도 꾸준히 그 가격에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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