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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옥죄니… 강북 단독·연립주택 몸값 '껑충'

권소현 기자I 2018.03.08 05:00:00

서북권 단독주택값, 전월 보다 0.84%↑
도심권 0.62%↑… 연립주택도 오름세
은평·용산구 일대 재개발 기대감 영향
대학 몰려있고 직장인 거주자 많아
임대수익형 다가구 투자 수요 반영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단독주택과 연립·다세대주택 몸값이 치솟고 있다. 서울 용산·마포·은평·서대문구 등 재개발 기대감이 높은 지역에서 가격 상승세가 뚜렷하다. 정부가 강남 재건축 단지를 집값 상승의 진원지로 보고 재건축 옥죄기에 나서자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강북지역 재개발 시장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이들 강북지역은 대체로 도심 접근성이 좋아 임대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다가구주택 등 단독주택 매입에 나선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강북지역 뉴타운 지역엔 ‘묻지마 투자’ 성행

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은평·서대문·마포구가 포함된 서울 서북권 단독주택 매맷값이 전월 대비 0.84% 뛰었다. 이는 서울시 권역별 단독주택 가격 통계 산출을 시작한 2011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용산·종로·중구로 이뤄진 도심권 단독주택 가격도 지난 1월에 비해 0.62% 올랐다. 이 역시 사상 최대 상승률이다. 이 때문에 2월 서울 전체 단독주택 매맷값은 0.44% 올라 2009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연립·다세대주택 매매가격도 서북권과 도심권이 각각 0.57%, 0.58% 올라 서울 전체 상승률(0.39%)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정부가 올 들어 재건축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선 이후 상승폭이 더욱 두드러졌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지난 1월 말 국토부가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이 최대 8억4000만원까지 나올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은 데 이어 2월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방안을 발표하자 재건축 대신 재개발 지역으로 발길을 돌리는 투자수요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월만 해도 도심권과 서북권 단독주택 가격 상승률은 0.32%, 0.33%였지만 2월에 두 배 이상으로 상승폭을 키웠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인 동남권 상승률이 1월 0.42%, 2월 0.41%로 비슷한 수준에 머문 것과 대조적이다.

대표적인 재개발 유망지역인 용산구 한남뉴타운에서는 묻지마 투자가 성행하기도 했다. 한남뉴타운 구역 내 연립주택 반지하(대지면적 28.62㎥)가 지난달 8억원에 팔렸다. 매매가격이 3.3㎡당 9224만원인 셈이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한남3구역에서는 대지면적 20㎡ 이하 소형 매물의 경우 3.3㎡당 1억~1억 2000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한남동 한 공인중개사는 “대체로 낡은 건물이라 전세보증금이 낮고 대출 한도까지 줄어서 요즘은 진짜 여윳돈이 있는 자산가들이 많이 찾아온다”며 “한남3구역 같은 곳에는 매물도 없지만, 나오는 매물의 3.3㎡(1평)당 호가도 위치가 좋으면 작년보다 몇천만원씩 올려 내놓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도 마찬가지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조합원 감정평가금액에 프리미엄(웃돈)이 4억원 정도는 붙어서 나온다”며 “정부의 재건축 규제책으로 최근 1~2개월 새 웃돈이 1000만~2000만원 정도 더 붙었다”고 전했다.

은평구의 경우 불광·수색·응암·갈현동 등 노후 단독주택 밀집지역 23곳에서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에서 성북(42곳)·동대문구(25곳)에 이어 세번째로 많다. 서대문구에서도 북아현·가재울·홍은동 등 19곳에서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서울 다가구주택 인허가 1년 새 17% 늘어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의 임대수익형 주택 투자 바람도 강북권 단독주택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서대문구는 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홍익대 등 대학이 몰려 있어 대학생 임차수요가 꾸준한 곳이다. 용산과 마포구도 서울 중심에 위치한 도심권인 만큼 출퇴근 시간을 줄이려는 직장인들의 거주수요가 많다.

기존 주택을 헐고 새로 건물을 올리기 위해 단독주택 부지를 매입하는 수요도 늘고 있다. 단독주택 부지에 원룸·투룸 등으로 구성된 다가구주택 건물을 지어 월세를 놓거나 빌라·다세대주택을 건축해 분양하는 식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지역 단독주택 중에서 순수 단독 인허가 건수는 186건으로 1년 전에 23% 줄어든 반면 다가구 인허가는 524가구로 17% 늘었다. 다세대와 연립주택 인허가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6%, 357% 늘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저금리인 상황에서 베이비부머들이 노후에 대한 불안감에 임대수익을 올릴 목적으로 다가구주택을 사들이는 경우가 많다”며 “임대수익률을 감안할 때 가격이 비싼 강남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강북지역 요지 쪽으로 투자수요가 많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집값 상승은 아파트가 주도하고 있는 만큼 아파트값 상승세가 꺾이면 단독주택도 크게 오르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도 많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최근 둔화하고 있어 아파트 이외의 주택들도 상승세가 주춤할 수 있다”며 “재개발 사업은 워낙 변수가 많고 불확실성도 높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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