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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할 특단의 대책을 정부 부처에 촉구하고 나섰지만 정작 국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의 일자리 창출은 요원한 상황이다. 민간 금융회사들이 젊은 피를 수혈하기 위해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해 ‘세대 간 빅딜’을 가속화하는 반면 금융공공기관은 퇴직 유인책을 제공하지 못하는 ‘퇴직금 상한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7일 본지가 한국수출입은행·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주택금융공사·예금보험공사·IBK기업은행·KDB산업은행 등 6개 금융공공기관을 전수 조사한 결과,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직원 수는 지난해 말 현재 총 366명으로 전체 정규직 직원(정원 기준 1만5696명)의 2.3%를 차지했다. 임금피크제는 만 55~57세 직원이 월급을 단계적으로 덜 받고 정년(통상 60세)까지 일하는 제도다. 그러나 6개 기관의 임금피크제 적용 인원은 3년 뒤인 오는 2020년 말에는 전체 직원의 7.9% 수준인 1236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됐다. 퇴직하지 않고 회사에 남는 중·장년 관리직 직원 수가 누적돼 조직이 급속도로 고령화하는 것이다.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산은·수은·기은 등 금융 공공기관 중심으로 명예퇴직을 활성화해 신규 채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임금피크제로 눌러앉는 기성세대 퇴직을 촉진해 줄어든 인건비로 청년 일자리를 더 늘리겠다는 구상이 깔려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금융권 명예퇴직이 보다 많은 청년 채용으로 이어지도록 ‘세대 간 빅딜’을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침은 부처 간 갈등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대신 명예퇴직을 유도하려면 금융공공기관 퇴직금을 민간 은행 만큼은 올려줘야 하나 재정과 공공기관 정책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가 제도 개선에 소극적이어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책은행 등의 퇴직금을 대폭 올려주면 자칫 혈세 낭비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를 관리·감독하는 금융당국과 해당 금융공공기관 등도 젊은 피 수혈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정작 정책이 뒤따라주지 않아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정년이 다가오는 직원은 퇴직금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지 않으면 회사에 남는 것이 오히려 이익”이라며 “명예퇴직을 촉진하면 창업 활성화, 조직 생산성 향상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기재부 공공정책국이 꿈쩍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