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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최저임금 인상 탓에 기업들의 인건비 우려가 13년 만에 가장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30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를 보면, 이번달(1월) 제조업체들의 경영 애로사항 설문 중 인력난·인건비 상승 항목이 9.1%를 기록했다. 지난 2003년 1월(9.8%) 이후 13년 만의 최고치다.
BSI는 기업가의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판단과 향후 전망을 조사해 작성된다. 기준치인 100을 넘어설 경우 긍정적인 응답을 한 업체가 더 많다는 의미이며, 100 이하이면 그 반대다.
한은은 이번달 BSI를 위해 지난 15~22일 전국 3313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비(非)제조업체의 경우 인건비 부담을 언급한 곳이 전체의 12.0%를 기록했다. 2004년 7월 관련 통계를 편제한 이후 사상 최고 수준이다. 직전 최고치는 지난해 7월(10.1%)였다.
이는 문재인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대폭 오른 영향으로 보인다. 올해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전년(6470원) 대비 16.4% 인상됐다. 17년여 만의 최대 인상률이다. 최근 경험해보지 못한 급격한 변화에 기업들이 우려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은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이 적용되는 첫 달인 만큼 기업들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보도가 줄을 잇고 있는 점도 우려를 가중시키지 않았나 한다”고 말했다.
이번달 제조업 전체의 업황BSI는 77로 전달(81) 대비 4포인트 하락했다. 지난달 2포인트 하락한 데 이어 다시 추가 하락하면서, 지난해 2월(7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중소기업과 내수기업이 부진했다. 중소기업의 업황BSI는 63으로 전달 대비 8포인트 하락했다. 대기업 업황BSI(85·2포인트↓)에 비하면 큰 폭 하락한 것이다.
전자업계의 스마트폰 판매가 둔화하면서 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이 부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수직적 관계가 강한 편”이라며 “주요 제품에 대한 대기업들의 실적 둔화가 중소기업의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비제조업의 업황BSI(80)는 전월 대비 1포인트 하락했다. 연말 성수기가 종료되면서 숙박업(24포인트↓)이 부진했고, 추운 날씨와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로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7포인트↓)가 부진했던 게 영향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