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림픽 때문에 미·북 사이 샌드위치 될라

논설 위원I 2018.01.26 06:00:00
미국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남북 대화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 눈치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북한 선전도구화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대북 추가 제재에 나선 게 그 증거다. 미국이 겨냥한 것은 북한이지만 한국의 대화 과속에 대한 견제 의도도 포함됐다고 봐야 한다. 북한은 북한대로 대남 압박을 노골화하고 있어 자칫 한국이 미국과 북한의 틈바구니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곤경에 놓일 판이다.

미국 재무부는 그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도운 혐의로 중국과 북한의 기관 및 개인 등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하순 북한의 미사일 개발 주역들을 제재한 지 한 달 만에 또 칼을 빼든 것이다. 미국은 중국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북한 공작원들도 추방하도록 중국 정부에 요구했다. 백악관 안보보좌관, 국방장관,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도 북한의 비핵화를 관철하기 위한 전방위 공세에 나섰다.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평창에 오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북한의 올림픽 메시지 납치(hijack)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했다. 다른 참석자처럼 개막식 참석이라는 의전에 그치지 않고 기자회견 등을 통해 북한의 ‘올림픽 선전전’에 맞불을 놓겠다는 분위기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의 방남에 한국인들이 현혹됐다는 소식도 미국으로서는 선뜻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일 게다.

북한은 그런데도 요지부동이다. 남북 선발대가 공동훈련과 공연을 위해 상호 방문하는 가운데서도 한·미 연합훈련과 미군 전략자산 배치의 영구 중단을 요구하며 한국과 미국을 싸잡아 비난했다. 자기네는 건군절을 기존 4월 25일에서 평창올림픽 개막일 바로 전날인 2월 8일로 옮겨 대규모 열병식까지 준비하면서 적반하장이 이만저만 아니다.

문제는 우리의 처신이다. 현송월 등 방남 인사들에 대한 과잉 의전도 그렇지만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하고도 북한 열병식에는 말도 못 꺼내는 어정쩡한 처신이 남남 갈등을 유발하고 나아가 미국의 의심을 사는 배경임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이 핵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은 북핵을 결코 수용하지 않을 태세다. 올림픽 이후 빼도 박도 못하는 처지가 되지 않도록 상황을 현명하게 관리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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