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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과 레이저 의료기기에 주력하는 주홍(58) 레이저옵텍 대표는 19일 “국내에선 드물게 핵심장치인 ‘레이저헤드’를 포함해 순수 국산 기술로 레이저 의료기기를 자체 생산한다”며 “한국 레이저 기술이 강하다는 걸 전 세계 의료기기 시장에 알리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주 대표는 과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레이저 기술을 담당하는 선임연구원이었다. 그런 그에게 2000년 들어 국내에 불어온 벤처 창업 붐은 새로운 도전에 나선 계기가 됐다. 그의 마음엔 오랜 기간 실험실에서 연구해 온 레이저 기술을 세상에 내보이고 싶은 욕구가 싹텄다.
“벤처 창업 붐이 일었던 당시 KIST 안에서도 연구원들이 각자 보유한 기술력과 아이템으로 창업을 해보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은행권에서도 KIST 출신 인력들이 입주한 ‘홍릉벤처밸리’ 업체들을 돕기 위해 100억원의 펀드를 조성했다. 레이저옵텍은 펀드에서 5억원을 조달하며 1호 수혜기업으로 기록됐다. 이 자금 등을 바탕으로 레이저 기술 상용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론과 열정으로만 도전한 창업은 곧바로 어려움에 직면했다. 주 대표는 창업 초기 레이저를 활용한 광통신부품 검사장비 상용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광통신시장은 2000년 이후 빠르게 축소됐다. 창업한 지 2년쯤 되니 자본금은 바닥을 드러냈다. 더 늦기 전에 아이템 전환이 필요했다. 그런 그는 우연히 찾은 의료기기전시회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전시회에 가보니 레이저를 이용한 다양한 의료기기가 있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레이저를 연구한 엔지니어 입장에서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국내에 레이저 기술 연구 인력들은 손에 꼽히는 수준인데…’ 알고 보니 의료기기 업체들은 대부분 레이저 기술을 중국 등지에서 들여온 것이었다. 순수 국산 레이저 기술을 활용할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주 대표는 곧바로 국산 레이저 기술을 활용한 피부과 의료기기 개발에 착수,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업계에 공급했다. 하지만 외주업체로서의 한계는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 거래처로부터 받는 주문량도 적었을 뿐 아니라, 제품 공급 단가 역시 수지타산에 맞지 않았다. 고민 끝에 그는 OEM 방식을 과감하게 접고, 자체 브랜드 개발에 착수했다.
그 결과 2005년 레이저를 이용해 흉터와 주름 등을 제거하는 ‘로터스’(LOTUS)를 출시하며 처음으로 독자 브랜드를 업계에 선보일 수 있었다. 이어 기미와 주근깨, 문신 등 피부 색소를 없앨 수 있는 ‘헬리오스’(HELIOS)도 출시하며 제품군 라인업을 확대했다.
이들 제품군은 이듬해 대만 업체에 공급되면서 첫 수출 성과를 올렸다. 레이저옵텍은 현재 대만과 중국, 미국 등 전 세계 각지에 레이저 의료기기를 수출, 전체 매출 중 약 7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강소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헬리오스와 로터스는 현재 실적 중 80% 이상을 차지하는 효자 제품군으로 남아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103억원을 올리면서 창사 이래 처음 100억원을 넘어섰다.
주 대표는 최근 출시한 ‘팔라스’(PALLAS)에 거는 기대가 크다. 세계 최초로 고체 자외선레이저를 피부과 치료에 도입한 팔라스는 피부 치료에 가장 이상적인 311㎚(나노미터) 파장을 안정적으로 조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백반증, 건선, 아토피, 원형탈모 등 치료가 가능하다. 8년여 연구개발 과정을 거친 팔라스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승인과 식약처 인증을 잇달아 받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도 연내 예정하고 있다.
팔라스는 외산 기체 자외선레이저 의료기기의 높은 가격과 유지보수비용 등 문제를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 대표는 “팔라스는 올해 매출 중 약 10%를 차지하고 내년엔 비중이 30∼40%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팔라스에 이어 피코초(Picosecond) 제품인 ‘피콜로’(PICOLO)까지 상용화할 경우 내년엔 올해보다 약 100%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레이저옵텍은 2019년에 코스닥에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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