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담의 철학 근저에는 ‘쾌락주의’가 있다. ‘인간은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멀리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쾌락은 욕망 같은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행복과 유쾌함 등 인간이 느끼는 즐거움과 관련한 다양한 감정을 폭넓게 이야기한다. 벤담은 ‘이기적 쾌락주의’와 ‘공중적 쾌락주의’를 구분해 연구했다. 또한 쾌락을 어떻게 측정하고 판단할지도 끊임없이 파고들었다.
벤담의 사후 공리주의의 영향을 받아 등장한 철학 사조가 바로 ‘실용주의’다. 대표적인 철학자는 미국 출신의 윌리엄 제임스(1842~1910)다. 진화론과 근본적 경험주의의 영향을 받은 제임스는 상대성과 실용성의 관점에서 진리의 개념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연구했다. 이를 통해 제임스는 진리란 실재와 관념의 일치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실재에 대한 신념이 중요하다는 것을 주장했다.
건국대 철학과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 피세진은 벤담과 제임스에 대한 연구 결과를 정리했다. 피세진 교수의 저서로는 ‘제레미 벤담의 공리주의’ ‘벤담과 밀’ ‘프로이트의 도덕론’ 등이 있다. 특히 저자는 벤담의 공리주의가 ‘정의’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말한다. 벤담이 살았던 당시 영국이 겪고 있던 계층 간의 편견, 가난, 정치인의 전문성 부족 등에 대한 개혁운동이 곧 ‘공리주의’의 바탕이 됐다는 것이다. 공리주의는 한국에서는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리주의가 오늘날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는 생각을 담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