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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價 주춤?…“수입란, 직접적 원인 아냐”
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계란가격은 가파르게 상승세를 보이다가 지난 13일 주춤했다. 지난해 11월30일 5555원으로 오르막길을 내달린 이후 처음이다. 같은 해 12월7일 5602원이던 계란값(특란·중품 포함 30개입)이 3일 기준 8389원으로 급등, 수입란(卵)의 유통 소식이 전해진 12일에는 9543원으로 정점을 찍고 13일 9491원으로 52원 떨어졌다.
이 때문에 수입란의 공급량이 가격에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힘을 얻진 못하고 있다. 아직 수입란 물량이 시중에 풀리지 않은데다 수입량이 설 특수를 앞둔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오히려 유통업체들이 그동안 사재기한 물량을 일정부분 방출한 것이 가격 하락의 요인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전체적인 물량으로 보면 미국산 수입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수입조치를 통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유통업체의 사재기를 빨리 풀라는 시그널 정도로 보면 될 것”이라고 했다. aT 측 관계자도 “수입란 공급 기대감에 가격이 하락했다기보다 대형마트의 할인행사나 소비가 줄어든 요인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정부가 무관세로 계란을 수입하기로 한 양 3만5000톤 중 식품가공업체(1만6000톤) 공급분을 제외한 시장유통 물량은 1만8900여 톤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오는 6월말까지 공급키로 한 전체량이다. 통계청 및 업계에 따르면 하루 평균 국내 계란 소비량은 3600만개이지만 AI사태 이후 생산량이 1000만개 가량 줄어든 3200만개여서 부족분은 매일 약 400만개(약 300톤) 정도다.
◇수입란 판매 난색…설 전 가격↑불가피
상황이 이렇자 유통업계에선 자체적인 물량 조절을 하면서도 수입란 판매엔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오는 21일부터 약150만개의 수입란을 판매할 예정인 롯데마트를 제외하고는 업계1·2위인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설 전 수입란 판매 계획이 없다. 이들 모두 1인1판 또는 1인2판제, 1인3판제(개인사업자)를 실시하며 수급량을 조절하고 있다.
업계 측 한 관계자는 “수입란이 기존 가격보다 비싸고 물량도 부족하기 때문에 가격안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설 일주일 전부터 수요량이 많게는 3배 가까이 뛸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롯데마트가 마진을 제외한 수입란 판매가격 8990원은 기존 국내산 계란 최저가 △롯데마트가 7290원 △이마트 7580원 △홈플러스 7990원보다 많게는 1700원 높다. 비싼 항공료 탓에 정부 지원이 가격 경쟁력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한 결과다. 정부가 이날 항공료 지원액을 톤(t)당 100만원→150만원으로 인상키로 했지만 유통업계에선 좀 더 지켜보자는 눈치다.
결국 턱없이 비싼 수입란 가격에 수요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량으로 대형마트도 설 명절을 앞두고 큰 폭의 가격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다른 업계 측 관계자는 “수입란이 공급되도 가격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않는다”며 “지금도 동네슈퍼에선 30개입 한 판에 1만원을 훌쩍 넘는다. 설 명절 수요가 급증하면 대형마트도 그 수준까지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앞서 계란 한 판(30개입)에 1만원짜리 선물세트를 내 놓은 GS수퍼마트 측 관계자도 “계란가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수요가 급증하면 가격은 당연히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