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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진, 대우조선 회계조작 묵인 시 외감법 처벌
특수단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 뿐 아니라 대우조선의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을 피감기관으로 둔 정무위 소속 의원들로부터도 많은 자료요청을 받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특수단은 수사 인력을 일부 떼 내어 관련 업무를 전담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보다 수사 속도가 다소 더뎌진 이유다.
검찰 관계자는 “대형수사를 진행할 경우 많은 자료요청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일반적으로 이 시기에는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 수사를 주로 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산업은행에 대한 국감에 이어 오는 13일 대검찰청 국감까지 종료되면 특수단 수사도 다시 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국감 이후 특수단은 △대우조선 외부감사 업체인 안진 회계법인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에 대한 추가수사 △박수환 게이트 관련자 등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특수단은 지난달부터 대우조선의 회계조작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는 안진 소속 회계사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수사하고 있다. 안진은 2013년과 2014년 모두 수천억대의 흑자를 봤다는 대우조선의 발표에 ‘적정’ 의견을 냈으나 지난해 회계비리가 적발되자 뒤늦게 2조원대 손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정정 공시했다.
만약 안진 소속 회계사들이 외부 감사를 하면서 대우조선의 비리를 알고도 눈 감았다면 이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을 위반한 행위다. 외감법 20조 2항에 따르면 이 같은 비위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토록 규정한다. 공인회계사법으로도 처벌 가능하다.
실제 부산저축은행을 외부감사하면서 수조원대의 분식회계를 묵인했던 회계사 2명은 2014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확정 받은 전례도 있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안진이 이미 ‘탈출구’를 마련해 놨을 가능성이 커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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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전 행장의 구속영장 재청구를 위한 준비도 특수단의 주요 수사 갈래 중 하나다. 특수단은 지난달 24일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다음날 즉시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 법원이 설명한 영장 기각사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재청구 방침을 밝혔다. 지난 1월 특수단이 출범한 이래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강 전 행장이 처음이다.
검찰은 최초 강 전 행장이 대우조선에 압력을 넣어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에 100억대 특혜를 주고 고교동창이 운영하는 한성기업으로부터 뇌물을 제공받고 180억대의 특혜대출을 해준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강 전 행장 구속 이후 수사를 진행하려 했던 혐의까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단 관계자는 “영장 재청구를 서두를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관련 소환 조사는 구속 기소된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에게 달려 있다. 민 전 행장에게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의 연임로비를 하고 불법 송사컨설팅 등을 한 혐의 등을 받는 박 대표는 여전히 관련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으로부터 초호화 유럽 여행 접대를 받고 박 전 대표 및 민 전 행장과 함께 골프여행을 다녀왔다는 의혹을 받는 송 전 주필 역시 박 대표의 수사결과에 따라 소환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민 전 행장 등에 대한 소환 조사 여부는 박 전 대표에 대한 수사결과를 보고 판단할 문제”라며 “안진 회계법인, 강 전 행장 추가수사와 박 전 대표에 대한 수사는 특별한 순서 없이 아니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