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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금리인상]공급과잉·대출규제 겹쳐… 집 안사 전셋값 뛸 우려

정수영 기자I 2015.12.18 06:00:00

美 금리인상… 부동산 시장 냉기류
국내 금리인상 가능성에 시장 불안감
강남 재건축 시장 직격탄 예상
수익형 부동산 투자도 줄어들 듯
뒤늦게 매매 뛰어들려던 실수요자
전·월세로 다시 돌아설 수도

[이데일리 정수영·박태진·김성훈 기자] “매물이 없어 발을 동동 굴리던 사람들이 지금은 좀 더 지켜보고 사겠대요.”(서울 동작구 상도동 K공인 관계자)

“눈치 빠른 투자자들은 벌써 ‘단타’(부동산을 단기간에 사고 살아 시세 차익을 얻는 방법)로 치고 빠졌어요. 분양권 매물만 수북히 쌓이고 있습니다.” (위례신도시 한 공인중개사)

17일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국내 부동산시장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사실상 내년 국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예고전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이 대출 규제 강화와 주택 과잉 공급 우려에다 금리 인상이라는 ‘3대 악재’에 울상이다.

이날 부동산시장에는 3대 악재에 따른 심리적 여파가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분양 열기가 가장 뜨거운 위례신도시에서는 분양권 매물이 쏟아지는가 하면, 웃돈(프리미엄)도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위례신도시 애플공인 관계자는 “잇단 대형 악재에 분양권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며 “가격을 낮춘 매물은 쌓이는데 사겠다는 사람이 아예 없다”고 전했다.

실수요가 많은 서울 강북권과 강서권에서도 거래 둔화와 함께 관망세가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입주 물량 공급 과잉 현상을 빚고 있는 강서·서대문구 일대는 집값 하락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사흘 동안 정부의 담보대출 규제 강화와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이 이어진 결과다.

△대출 규제 강화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국내 부동산시장이 빠른 속도로 위축되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과 압구정동 일대에 들어선 아파트 밀집지역.[사진=이데일리DB]
◇“대출·금리 규제카드 충격적”

아파트 등은 대출 의존도가 높은 상품인 만큼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이 주택시장 열기를 빠른 속도로 식게 할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미국 금리 인상으로 국내 기준금리가 바로 따라 오르지 않더라도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슬며시 올릴 소지가 있다”며 “부동산 투자 심리가 많이 위축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전문위원은 “강남 재건축 단지의 경우 자녀를 위해 사두는 증여나 임대·투자 목적 수요가 많다”며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 넘게 나왔는데, 주변 여건이 안받쳐주면 경쟁력이 떨어져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재건축 사업승인이나 이주 등 완료 단계인 사업장과 달리 사업 초반부인 재건축 단지들은 앞으로 정책 방향에 따라 부침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이 컸던 투자 수요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시중금리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커지기 때문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자금력을 갖춘 베이비부머들은 은퇴 후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이 많아 계속 투자를 하겠지만, 최근 들어 상가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보였던 젊은층은 많이 떨어져 나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50%이상 대출을 끼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수요자 매매→전·월세로 돌아설 것”

더 큰 문제는 전세시장이다. 주택 구매 여력이 떨어지면 전·월세 시장에 머무는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동현 하나은행 행복한부동산 센터장은 “정부가 지금까지는 대출 규제를 풀어 집을 사도록 유도했지만, 지금은 정책 기조가 안정화로 바뀐 것”이라며 “뒤늦게 매매시장에 뛰어들려던 실수요자들은 결국 임차시장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도 “안그래도 전세 물건이 없어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입자가 전세에 안주하게 되면 전세난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내년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와 맞물려 전세입자들의 고통은 더 커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금리가 소폭 오른다 해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는 한 집주인들이 월세로 돌렸던 것을 다시 전세로 바꾸진 않을 것”이라며 “정부의 금융 규제 정책은 전세난을 더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가능성 등 잇단 악재가 단기적으론 주택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전세난 해소를 위한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매매 전환이란 대세적 흐름을 꺾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주택시장 침체를 수수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침체는 정부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주택시장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면 시행을 미뤘던 초저리 공유형 모기지 상품을 출시하는 등 시장의 숨통을 터 줄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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