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투자한 벤처기업 중에서 30% 정도만 성공해도 우리 업계에서는 대단한 일입니다.”
김응석 미래에셋벤처투자 사장은 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게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고르고 골라 투자했지만 소리 소문없이 망하는 벤처기업이 부지기수라는 얘기다.
스타트업 기업에 ‘유니콘’이란 별칭을 붙인 건 그만큼 놀라운 일이라는 뜻이 포함돼 있다. 10년도 안 된 신생기업이 10억달러(약 1조156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는 것은 유니콘을 발견하는 것처럼 기적과 같은 일이다.
하지만 유니콘 숫자가 많아지면서 2000년대 초 닷컴버블 악몽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해 75개였던 유니콘이 올해 119개로 늘었다.
이에 대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유니콘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닷컴버블과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시장의 성장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이다.
◇ 모바일시장 급성장..“에어비앤비 3천만명 쓴다”
1999년 인터넷 사용 인구는 4억명이었지만 현재 30억명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모바일 시장이 열리면서 관련 시장 성장세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증세다.
숙박시설 하나 보유하지 않은 에어비앤비는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3000만명의 투숙 고객을 만들었다. 우버는 보유한 자동차가 하나도 없지만 매일 300만명의 고객을 실어나른다.
올해 인사시스템 소프트웨어 업체 제네피트는 창업 2년만에 연 수익의 45배가 되는 450억달러의 회사 가치를 인정받았다. 직원 1600명을 뽑았지만 투자비용을 6개월만에 모두 회수했을 정도다.
제네피트 최고경영자(CEO) 파커 몬라드는 미국 경제전문 잡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버블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그 어떤 곳보다도 대단한 경제 단위를 가지고 있는 건 안다”고 말했다.
◇ 2000년보다 투자금액도 작아..“한창 전쟁중 월급 타령하나”
시장은 예전보다 커졌지만 유니콘에 투자된 금액은 오히려 더 작다. 1999년 닷컴기업에 투자된 금액은 710억달러였지만 지난해 유니콘에 대한 투자금액은 480억달러에 그쳤다.
포브스는 “지난 15년동안 물가상승률까지 고려하면 현재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된 규모는 닷컴버블이 정점이던 때의 3분의1에도 못미친다”고 보도했다. 버블을 말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소장은 “유니콘 기업의 재무상태를 따지는 건 전쟁이 한창일 때 군인에게 월급을 제대로 지급할 돈이 있느냐를 따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에서 단기 순익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성장을 위한 투자, 성장을 위한 적자를 거품으로 평가할 근거도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