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수난시대]③등돌리는 투자자‥문닫는 헤지펀드

장순원 기자I 2015.11.11 04:35:05

미국 간판 헤지펀드도 청산 잇따라
저조한 수익률에 투자자 외면 분위기
소송 부담도 커져…불안감 점점 확산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헤지펀드가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 저조한 수익률이 불씨가 됐다. 돈을 벌지못하자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는 모습이다.

◇롤로코스터장에 수익률 곤두박질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 운용사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는 13억달러(약 1조4846억원) 규모의 르네상스 인스티튜셔널퓨쳐스펀드(RIFF)를 접기로 했다. 이 펀드는 올 들어 9월까지 1.75%의 손실을 기록했다.

앞서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는 간판 헤지펀드를 연말까지 정리하겠다고 밝혔고 베인캐피탈 역시 앱솔루트 리턴 캐피탈 헤지펀드를 최근 청산하기로 했다. 미국 뿐 아니라 영국 라이온 게이트 캐피탈 매니지먼트는 폐업을 위한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이처럼 헤지펀드 청산이 잇따르는 것은 투자 수익을 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 여름 중국 증시가 흔들렸고 미국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맞물리며 금융시장 전체의 변동성이 확대된 영향이 컸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헤지펀드업계의 운용자금 감소에 대해 “중국의 경기 둔화와 원자재값 하락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프레퀸은 올해 헤지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이 2011년 이후 최악의 성적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헤지펀드업계의 펀드 운용 수익률도 9월까지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실제 RIFF펀드는 비교적 리스크를 싫어하는 대학기부금이나 연금펀드가 주 고객이다. 이 펀드는 수수료를 제외하고 출범 이후 연평균 2.86%의 수익을 올려 르네상스의 다른 펀드에 뒤처졌다. 주식투자에 초점을 맞춘 르네상스 인스티튜셔널 에쿼티 펀드가 올해 11% 수익을 냈고 출범 후 연평균 수익률 9.79%를 기록한 것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성적표다.

◇투자자 이탈 지속‥청산 불안감 확산

이처럼 운용성적이 악화하자 투자자들이 헤지펀드에서 대거 돈을 뺐다. 헤지펀드는 운용보수가 비싼 편인데 수익을 내지 못하면 손실이 커지는 구조다. 특히 안정적 성과를 중시하는 연기금이 헤지펀드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 ‘캘퍼스’(CalPERS)는 아예 헤지펀드를 운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미국 헤지펀드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세계 헤지펀드업계 운용자금이 2조9000억달러를 기록해 지난 2분기보다 3%(950억달러) 감소했다. 헤지펀드 업계의 운용자금이 전 분기에 비해 감소한 것은 2012년 2분기 이후 13분기 만에 처음이다. 또 운용자금 감소폭은 리먼브라더스 쇼크 직후인 2008년 4분기(3144억달러 감소) 이후 최대다.

투자자들이 헤지펀드에 등을 돌리자 업계 수익성도 점차 하락 중이다. 유레카헤지에 따르면 올해 헤지펀드들의 평균 성과보수 비율은 발생 수익의 14.7% 정도다. 작년 17.1%에서 급격히 낮아졌다. 특히 성과보수 의존도가 큰 헤지펀드 특성상 업계 전반의 수익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와 각종 소송도 이어지면서 신규나 기존 헤지펀드 모두 청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스위스 헤지펀드 아고스의 진 켈러 최고경영자(CEO)는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헤지펀드들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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