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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융이야기]환율은 강자(强國)의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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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슬 기자I 2015.08.15 06:00:00

[금융부 막내기자와 함께 하는 금융상식]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이번 주 글로벌 금융시장은 중국발 이슈로 떠들썩했습니다.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간 달러·위안화 기준환율을 4.66% 떨어뜨린 것입니다. 기준환율이 상향조정되면 1달러를 사기 위해 위안화가 더 필요하므로 위안화 가치는 하락합니다.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에 왜 이렇게 전 세계가 떠들썩할 필요가 있느냐고요. 그것은 중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엄청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국 돈, 즉 위안화 가격이 내려가면 일단 중국물건의 가치도 함께 떨어집니다. 이전에는 600위안의 물건을 살 때 90달러가 필요했다면 이제는 86달러만 줘도 살 수 있게 되죠. 반대로 중국의 구매력은 줄어듭니다. 10달러의 물건을 살 때 이전에는 60위안이 필요했다면 이전에는 64위안이 필요합니다.

중국은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소비시장이자 성장하는 무서운 경쟁자이죠. 그런 상황에서 중국의 구매력은 떨어지고 중국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상승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중국인들은 해외여행을 자제하거나 해외에서 좀 덜 물건을 사고, 원자재 수요도 떨어질 것입니다. 반면 대륙의 실수 ‘샤오미’ 물건을 고려하고 계셨던 분들은 이번 기회에 하나 장만하시는 게 좋을 거고요, 우리나라 선박과 중국 선박 가운데 고민하고 있던 해외 해운회사는 중국 선박을 구매하겠죠. 이처럼 위안화 가치 하락은 수많은 경로로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칩니다. 마치 나비의 날비짓이 폭풍우를 일으키는 것처럼요.

그래서 세계 여러 나라는 자국의 통화가치를 하락시키려고 노력합니다. 대표적인 나라가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하려고 하는 일본입니다. ‘아베노믹스’로 대변되는 일본의 경기부양 정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엔화를 풀어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이는 앞서 말씀드렸듯 일본상품 가격경쟁력을 상승시키고 수입품의 가격을 상승시킵니다. 몇십 년간 물가 상승률이 제로(0)에 머물렀던 일본으로서는 특별한 조치였죠. 아베노믹스의 성패를 따지기는 개인적으로는 아직 이르다고 보지만 어찌 됐든 오랜 기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했던’ 일본경제가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을 부여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 역풍을 직격탄으로 맞은 것은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상품이 많은 우리나라이죠. 특히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도요타의 공세에 현대·기아자동차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양사의 2분기 영업이익은 1조7509억원과 6507억원으로 각각 지난해보다 16.1%, 15.5% 감소했습니다. 반면 최근 중국의 위안화 가치 평가절하로 우리나라 원화 역시 외환시장에서 가치가 떨어지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기업도 현대·기아차입니다. 그만큼 환율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것입니다.

출처 : 네이버
우리나라도 원화 가치를 적극적으로 내려서 이 침체하는 경기를 부양하면 되지 않느냐고요. 아쉽게도 우리나라 외환 당국이 쓸 수 있는 패는 별로 없습니다. 세계경제에서 가장 힘 있는(Powerful) 통화는 달러입니다. 그것은 달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통용되는 통화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계 수많은 통화를 달러를 기준점으로 놓고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달러 가치 상승은 곧 달러를 제외한 통화의 가치 하락을 의미하고 달러 가치 하락은 그 반대를 의미합니다. 달러를 기축통화(基軸通貨 · key currency)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또 세계에는 이 달러보다는 약하지만 이에 준(準)하는 통화들이 있는데 그것이 엔화와 유로화입니다. 바로 최근 수년간 이어진 양적 완화 정책을 펼친 나라와 그대로 맞아 떨어지지요. 위안화는 아직 국가가 환율을 관리하는 관리변동환율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아직 준 기축통화로 분류하지 않는 학자도 많습니다만, 위안화의 영향력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반면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원화는 세계에서 통용되는 통화라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만약 원화 가치를 정부가 나서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다가 원화에 대한 신뢰도를 상실한다면 그때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또 자국 통화를 인위적으로 하락시키는 것은 기업이 해외 경제에 수출할 수 있는 경쟁력은 키워줄 수 있으나 정작 자국민에게는 많은 고통을 안겨줍니다. 당장 자신이 가지고 있는 1만원의 가치가 반으로 뚝 떨어진다고 생각해보세요. 여러분들이 타고 다니시는 자동차의 기름값 등 갖가지 생필품 가격이 요동칠 것입니다.

두 번째는 환율 시장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세계 여러 국가의 암묵적인 허락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어느 한 나라의 통화 가치 하락은 다른 나라의 통화 가치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일본 아베 정부가 2012년 아베노믹스를 단행, 이듬해 1월부터 매월 13조엔 규모의 국채를 매입하기로 하고 주식시장에도 적극 개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의 용인이 있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중국이 이번 기준환율 인상 전 미국 정부와 사전 공감대를 이뤘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미국 재무부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한국 당국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외환시장) 개입을 상당히 늘린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자국의 통화가치의 급격한 하락이나 상승을 막기 위해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이라는 방법을 쓰는데 이에 대해서 경고장을 날린 것입니다. 환율은 강국의 무기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산업구조를 재전환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합니다. 반도체, 조선, 플랜트, 자동차, 휴대폰 등 그동안 우리 경제를 이끌어왔던 산업들이 더 이상 성장 한계 시점에 다다른 만큼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원화 가치 상승은 연료와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게 비용절감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 돌입하게 된 계기는 엔화 가치를 1달러당 240엔에서 120엔까지 상승시키는 1985년 플라자합의이지만, 실제 그 근본적 원인은 일본 정부가 엔고불황의 도래를 과도하게 우려해 급격한 금리인하, 규제완화 등 과도한 규제를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 결과 일본경제는 ‘버블’이 발생했고 그 거품이 꺼지면서 끝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장기불황으로 갑니다. 우리나라가 요동치는 환율시장만 보며 한탄하며 성급히 대응할 것이 아니라 정말 우리가 이 순간 해야 할, 할 수 있는 당면과제부터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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