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의 반란]걷는 골목인데 월세는 뛰네

김성훈 기자I 2015.05.15 06:00:00

연남·상수동 다세대·다가구 주택거래 1년새 2배 증가
연남동 토지가격 3.3㎡당 3000만원 돌파

△ 서울 연남동과 상수동이 ‘걷고 싶은 골목’으로 자리잡으면서 주변 부동산 시장도 바빠졌다. 다세대·다가구주택을 사들여 찻집이나 식당, 생맥줏집으로 리모델링하고 임대사업을 하려는 투자자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어서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동진시장 인근 골목길 전경.
[글·사진=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쥐구멍에도 볕 뜰 날이 있다더니 요즘이 딱 그렇습니다. 한동안 뜸하던 연남동에 내국인은 물론이고 외국인까지 주택을 사겠다고 방문하고 있습니다. ”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만난 김영철 연남공인중개사 대표는 연남동 부동산시장 분위기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중간에도 다가구주택을 매입하거나 팔고자 하는 사람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마포구 연남동과 상수동이 ‘걷고 싶은 골목’으로 자리잡으면서 주변 부동산시장이 바빠졌다. 다세대·다가구주택을 사들여 찻집이나 식당, 생맥주집으로 리모델링하고 임대사업을 하려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어서다. 그러나 이 일대 점포의 월 임대료까지 덩달아 치솟으면서 소규모 상점 세입자들의 한숨도 커지고 있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연남·상수동 다세대·다가구주택 거래량은 2012년 60건에서 이듬해 69건으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135건이 팔리면서 거래량이 1년 새 2배(66건) 가까이 늘었다.

걷는 상권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일대 땅값은 걷기 대신 뛰기를 선택한 모양새다. 연남·상수동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연남동 상권 도로변에 있는 토지 가격은 지난해 3.3㎡당 2500만~2600만원 선을 유지하다가 올해 들어 3000만원을 돌파했다. 상수동도 지난해 3.3㎡당 4000만원 중반에서 이달 현재 5000만원을 넘어섰다.

소규모 점포가 몰려 있는 연남동 동진시장(연화로)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있는 4층 규모의 S상가는 지난해 9월 3.3㎡당 2774만원(건물값 제외)에 거래됐지만, 인근에 있는 R건물(4층)이 올해 1월 3.3㎡당 3061만원에 팔리면서 일대 땅값이 4개월 새 10%가량 올랐다.

△ 서울 상수·연남동 일대 상가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점포 임차인들은 요즘 울상이다. 서울지하철 6호선 상수역 인근 골목길에 들어선 상점들.
지하철 6호선 상수역 인근 민병우 정부동산 대표는 “홍대 상권이 팽창하면서부터 상수동 일대 상가 임대료도 꾸준히 올라 이제는 홍대 중심 지역과 거의 맞먹을 정도”라고 말했다. 연남동 H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올해 들어 임대료가 두배 가까이 오른 연남동 동진시장 일대 상점들이 적지 않다”며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할 경우 가격은 더 뛸 것”이라고 말했다.

점포 상인들은 임대료 상승에 울상이다. 연남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얼마 전 주인이 임대료를 올려달라고 해 걱정”이라며 “2년 전 처음 들어올 때는 권리금조차 없었는데 이제는 권리금을 내는 상점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