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정비공장 '주먹구구' 허가

박종오 기자I 2014.11.13 07:00:00

BMW·아우디 등 신축
제도 허점·형평성 논란 불거져
지자체 따라 규정 제각각
등록·허가기준 통일해야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대표적 기피 시설인 자동차 정비공장 신축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입맛대로 처리하는 모호한 등록 및 허가 기준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BMW코리아의 국내 공식 딜러인 한독모터스는 대구 서구 이현동 서대구공단 네거리 인근에 지상 5층짜리 정비공장(서대구 중앙 서비스센타)을 짓고 있다. 연면적 7135㎡ 규모인 이 신축 정비공장은 지난 6월 첫 삽을 떠 연내 준공을 앞두고 있다.

△자동차 정비공장 신축을 허가하는 지자체의 모호한 기준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보금자리지구에 공사가 중단된 아우디 정비공장이 방치돼 있다. [사진=서울시]
문제는 정비공장 안에 들어서는 자동차 ‘도장 부스’(도장 작업시설)다. 공장이 들어서는 이현동과 중리동 일대 서대구공단은 정부가 지난해 12월 노후 산업단지 재생 사업지구로 지정·고시한 지역이다. 조성된 지 30년이 지난 낡은 공단 시설 전반을 정비해 첨단 산업단지로 탈바꿈한다는 취지다.

당시 고시된 업종 재배치 계획을 보면 도장 시설은 도금, 페놀, 중금속 배출 업종과 함께 ‘입주 제한 업종’으로 분류돼 있다. “신규 입주 업체는 입주 전 공정 특성과 취급 물질 등을 파악해 대기 유해 물질이나 악취를 배출할 경우 가급적 배제하도록 계획했다”는 것이 대구시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작 현실에서는 버젓이 도장 시설이 포함된 정비공장이 지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장 건축 및 업종 등록을 승인한 서구청은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구청 관계자는 “도장을 전문으로 하는 업종일 경우에만 신규 입주를 제한한다는 것”이라며 “정비업종으로 등록한 시설에 일부 도장 부스를 설치하는 것은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제도의 ‘허점’ 때문이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종합 및 소형 정비공장에 판금과 도장 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등록 요건이라는 얘기다. 페인트·비산 등 환경 오염을 방지할 수 있는 부스 시설을 갖춘다는 전제 아래서다. 이렇다 보니 친환경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며 도장 시설 입주를 제한하고도 해당 시설이 포함된 정비공장은 허가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동종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같은 재생 사업이 추진 중인 타 지역 공단은 이런 입주 제한 조항도 없이 정비공장 설치를 막는 등 지자체별로 허가 기준이 제멋대로”라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고 하니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년째 이어지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 보금자리주택지구 내 아우디 정비공장 설립을 둘러싼 갈등도 지자체의 주먹구구식 허가가 문제가 된 사례다. 국내 최대 규모(연면적 1만9835㎡)의 이 정비공장은 서초구가 옛 녹지를 변경한 주차장 용지에 건축 허가를 내주면서 논란이 됐다. 주차장 용지의 30%는 부대시설을 지을 수 있다는 현행 법의 허점을 파고든 것이다. 서초구의 이 같은 조치는 인근 초등학교의 교육 환경 악화 등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올해 7월에는 법원이 “(정비공장이) 주차장의 부대시설이 아니라 부대시설인 정비공장의 부설 주차장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서초구의 건축 허가가 위법”이라고 주민 손을 들어줘 공사가 전면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현재는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중재에 나서 공장 이전을 모색 중이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는 못한 상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정비공장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 할 만큼 지자체별로 허가 규정이 제각각”이라며 “중앙정부가 상세한 지침을 만들어 애매한 법규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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