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싶은 것은 많고, 주머니는 가벼워지면서 싸고 좋은 것을 찾는 소비자들의 촉은 갈수록 예민해지고 있다. 이런 주머니 사정을 반영하듯 요즘 트렌드는 간장처럼 짜게 소비하면서 실속을 챙기는 ‘간장녀’가 과시적인 소비를 즐기는 ‘된장녀’를 누르고 있다.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서 ‘간장녀’의 욕구는 시장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명품시장에 매스티지(masstige) 제품이 속속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소수에게만 허락되는 품질과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웠던 고가의 명품업체와 보다 많은 대중을 겨냥한 제품들로의 양극화가 뚜렷하다. 이러한 트렌드와 라이프 스타일은 패션·뷰티업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 대표 메스티지 뷰티 브랜드를 꼽자면 아모레퍼시픽(090430)의 ‘설화수’를 들수 있다. 지난달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10억5000만원(소비자가 기준)의 매출을 올렸다. 백화점 화장품 중, 단일 매장 월매출이 10억원을 넘어선 것은 설화수가 처음이다. 이미 설화수는 국내뿐 아니라 중국 등 해외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얻고 있다.
9개의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LG생활건강(051900)은 3000억원대 빅 브랜드인 ‘오휘’와 ‘후’를 통해 매스티지 공략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해외 명품을 들여와 기존 제품과 접목하며 이미지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제일모직(001300)은 작년 11월 이탈리아 명품 악어백 브랜드 ‘콜롬보’를 인수, 삼성 데이터 베이스를 기반으로 기존 제일모직의 VIP고객들을 콜롬보 고객으로 끌이들이는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LG패션(093050)도 소비패턴의 양극화가 빨라지자 명품사업 부문을 강화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했다. 작년 9월 들여 온 이탈리아 대표 브랜드 ‘막스마라’는 불경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2012년 3분기 추정 누계매출 기준) 30%가 넘는 매출신장률을 기록했다. 가격보다는 제품이 가진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소비자 공략에 성공했다.
해외 명품업체도 다양한 서브 브랜드로 매스티지를 노리고 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서브브랜드로 ‘엠프리오 아르마니’를 만들었고 도나카란뉴욕의 ‘DKNY’, 베르사체의 ‘베르수스’, 마이클코어스의 ‘마이클마이클코어스’, 프라다의 ‘미우미우’, 마크제이콥스의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 등도 이에 해당한다.
◇싸다고 무조건 선택하지 않는다
싸지만 가치가 있어야 한다. 깐깐한 간장녀들의 특징이다. 자가용보다는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높은 하이힐보다는 편안한 운동화를 즐겨 신는다. 된장녀가 명품백에 아찔한 하이힐을 신는다면 간장녀는 내추럴한 스타일에 운동화 그리고 실용성을 갖춘 백팩을 맨다. 자신의 편의성과 실용성에 의해 스타일링한다는 것.
이런 소비성향에 발맞춘 ‘패션SPA’(제조·유통 일괄 의류)나 ‘브랜드숍’은 확실한 성장세다. 유행과 소비자의 반응을 빠르게 반영하는데다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가 덕분이다.
에잇세컨즈, 후아유, 미쇼, 유니클로, 자라, H&M 등 국내 SPA시장규모는 2008년 5000억원대에서 작년 1조9000억원대로 급성장했다. 또 더페이스샵, 미샤, 에뛰드, 이니스프리, 토니모리 등의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숍의 작년 국내 전체 시장 규모는 2조 5000억원. 전체 화장품 시장의 28%를 차지하면서 전년대비 32.1%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신경자 베인&컴퍼니 소비재 유통부문 이사는 “스마트 소비 시대에는 중간 가격 제품은 설 자리가 없다”면서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면 확실히 차별화된 다른 가치로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성장 시대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20~30대 젊은 소비자층에서는 고가와 저가의 제품을 상황에 따라 동시에 소비하는 현상이 더욱 다양하게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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