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1월 04일자 1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피용익 김일문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임진년 첫 국무회의에서 집권 초기에 보여준 MB물가지수를 다시 들고 나왔다. 신년 연설에서 “물가를 3% 초반으로 잡겠다”고 말하더니 3일 열린 국무회의에선 “중요한 것은 생활물가”라며 “서민들이 필수적으로 쓰는 품목들을 집중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한발 더 나아갔다.
이 대통령이 “생필품 물가가 올라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을 못봤다. 물가문제는 공직을 걸고 챙겨야 한다”고 말하면서, 이날의 대통령 발언은 ‘물가관리 책임실명제’라는 이름이 붙었다.
임기 마지막 해 일자리 창출과 물가 잡기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십분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행정력만으로 밀어 붙이는 식의 물가관리 행태에 전문가들은 ‘실효성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세계적인 양적 완화에 따른 유동성 확대로 빚어진 고물가를 미시적으로 대응한다고만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대통령의 방식으로 개별품목 특히 기후 등 외부 변수에 영향을 받는 농축수산물의 수급을 맞출 수 있을지 상상할 수 없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식이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론 역효과가 더 크다고 경고했다. 한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는 “대통령의 생각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율적으로 가격을 맞춰가는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인위적으로 가격 상승을 억제한다는 것”이라며 “시장 원리상 일정기간 인위적으로 묶여있던 가격은 오히려 물가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같은 방식으로 집권 초기에 제시했던 MB물가지수는 오히려 물가상승을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온갖 비판을 받았다.
한 전문가는 “물가관리의 핵심은 시장경쟁을 활성화시키고, 복잡한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기업들의 불필요한 비용부담을 줄이는 게 수순”이라며 “시장과 시스템이 아닌 행정력과 기업 팔 비틀기를 통한 대증적 물가안정은 결국 가격구조의 왜곡만 불러올 뿐"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전문가도 “집권초 MB물가지수의 실패를 경험했고 전봇대 사건에서 보여준 행정기관의 위만 바라보는 행정철학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상황에서, 집권말 다시 정치적 이슈에 휘둘려 아류 카드를 꺼내는 현 정부가 안타깝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