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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美 자회사 상장' 터놓고 공론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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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기자I 2026.10.26 04: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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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돌파구로 솔리다임 상장 추진
획일적인 상장 반대보다 득실 따져봐야

[이데일리 김정남 산업에디터] 최근 몇달간 만나본 기업인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미국’이었다. 국내 주요 그룹 CEO급 인사는 “한미 갈등이 너무 심각하다”며 “미국이 어떻게 압박할지 모르니, (미국 투자에 대한) 여러 옵션을 들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제 미중 갈등은 상수다. 미국 정치는 양극화하고 있지만, 경제안보를 보는 눈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비슷하다. 그동안 ‘세계의 공장’ 중국을 중심으로 생산 전략을 짰던 국내 기업들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 중심에는 대미 무역흑자의 핵심인 반도체가 있다. 미국은 틈만나면 한국 메모리 생산공장의 미국 본토 건설을 압박할 것이다.

SK그룹의 솔리다임 나스닥 상장 추진은 이런 복잡한 고민과 직결돼 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을 인수해 미국에 세운 회사다. 그런데 생산 거점은 중국 다롄이다. 이곳은 미국의 장비 반입 규제로 상시적인 인허가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SK하이닉스는 AI 데이터센터용 eSSD 성장세에 맞춰 추가 공장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최우선 검토한 곳이 미국 동부다.

SK하이닉스가 연결 자회사인 솔리다임에 직접 투자한다면 연결 기준 잉여현금흐름은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재투자, 인수합병(M&A), 자사주매입, 배당 등에 악영향을 끼치고, 기존 주주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분석까지 가능하다. 게다가 SK하이닉스는 본업인 HBM 외에 용인·호남 공장까지 지어야 한다. SK그룹이 미국 상장을 통한 외부자본 조달이 회사와 주주 모두에 이득이라고 판단한 이유다. 업계 한 인사는 “상장으로 내주는 솔리다임 지분가치보다 외부자본 활용 효과와 SK 자체자금의 다른 활용가치가 더 큰지, 아니면 더 작은지가 핵심”이라고 했다.

하지만 솔리다임 상장은 이같은 논의 없이 멈췄다. 최근 주가 하락에 따른 주주들의 원성에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SK가 급히 상장을 중단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바탕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 같다.

주주들의 ‘중복 상장’ 논리는 귀 기울일 만하다. SK하이닉스 주가에 포함돼 있던 솔리다임 가치가 솔리다임 주가로 이동할 수 있다면, 불만을 표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만 현재 메모리 상황, 더 나아가 미래 시장성은 어둡지 않다. 이참에 SK하이닉스 안에 묻혀있던 솔리다임의 진면목을 확인할 기회라는 견해가 많다. 솔리다임이 높은 가치를 인정 받을 경우 그간 반영되지 않았던 자회사 가치가 부각되면서, SK하이닉스 기업가치는 더 높아질 수 있다. 핵심 사업을 떼어내는 ‘쪼개기 상장’과 본질적으로 다른 해외 자회사 상장을 두고 일률적으로 중복 상장으로 봐야 할 지도 따져볼 문제다. 솔리다임 매출은 SK하이닉스 전체의 10%가 채 안 된다.

이번 결정은 SK그룹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 LG그룹의 베어로보틱스 역시 미국 상장을 검토할 것이다. 미래 먹거리를 위해 미국 본토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구조는 솔리다임과 같다. 미국의 경제안보 강화 속에 이같은 사례들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는 중국의 산업 굴기에 맞설 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참에 해외 자회사 상장을 획일적으로 금기시할 게 아니라 그 장단을 터놓고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솔리다임 사례는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

[데스크의 눈]'美 자회사 상장' 터놓고 공론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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