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분기 국내 M&A 시장을 두고 낙관론과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국내 자본시장 관계자들이 내놓는 공통된 평가다. 사모펀드(PEF)운용사들의 드라이파우더가 역대급 수준으로 쌓여 있고, 대기업 역시 비핵심 자산 매각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활발한 거래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조 단위 딜(deal)에선 매각자와 매수자 간 밸류에이션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고,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는 만큼 시장이 활력을 되찾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
하반기 들어 한국 M&A 시장에서 눈길을 끌 만한 조 단위 거래는 드물었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조 단위 인수합병보다는 비핵심 사업부 매각, 구조조정 성격의 거래가 주류를 이루며 다소 밋밋한 분기를 보냈다. 금리와 환율 변동,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았고, 그 결과 시장 활력은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거래는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우선 애경그룹은 자회사인 생활뷰티기업 애경산업을 태광그룹에 매각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매각가는 4000억원 후반대로, 양사는 이르면 올해 4분기 안으로 거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 밖에 타이어 스틸코드 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인 HS효성첨단소재는 지난 7월 말쯤 글로벌 사모펀드(PEF)운용사 베인캐피탈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몸값은 약 9000억원대로 추산된다. 디시인사이드 매각 절차도 한창이다. 기업가치는 약 2000억원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업계에선 이익률이 높고 트래픽도 국내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점에서 연내 클로징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그룹도 지난 2023년 사모펀드운용사와 함께 인수했던 바이오 에너지 업체 대경오앤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인수 당시 ESG 확산 및 유럽 재생에너지 규제 강화로 성장성이 부각된 바 있으나 인수 후 실적에 크게 이바지하지 못하면서 이를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거래 여건이 점차 좋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 격차가 좁혀지고, 시장 변수만 가라앉으면 거래는 자연스럽게 속도를 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3분기에는 조 단위 딜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협상 막바지에 들어선 일부 매각 건은 규모 측면에서 연말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며 “준비된 실탄과 쌓여 있는 매물이 맞물리면 올 4분기 M&A 시장은 ‘한파 지속’이 아니라 ‘연말 쇼핑’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극명히 갈리는 M&A 전망…‘산 넘어 산’
이처럼 현장의 목소리에는 기대감이 담겨 있지만,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극명하게 갈린다. 올해 4분기 국내 M&A 시장을 두고 자금이 확보된 원매자들이 연말 쇼핑에 나설 것이라는 낙관론과,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질 경우 한파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는 모습이다.
낙관론의 근거는 명확하다. 사모펀드(PEF)운용사들이 쌓아둔 드라이파우더는 역대급 수준에 달했고, 대기업도 비핵심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일부 거래는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고 있어 이에 대한 시장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원매자 입장에서는 연내 거래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는 만큼, 매물만 나오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펀딩을 마친 사모펀드운용사들도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는 충분하지만, 투자와 회수의 선순환이 막힌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공격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쌓았지만 엑시트(회수) 환경이 악화하면서 기존 자산을 팔지 못한 채 새 투자만 이어가는 포트폴리오 누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그렇다고 대기업들이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도 아니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환경에 따라 대기업들은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는 동시에 비용 효율화 측면에서 대규모 인수를 제한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점에서다. 여기에 고금리·고환율 환경이 지속되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 격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 또한 부담 요소다.
현재 수천억원 규모의 거래를 추진 중인 사모펀드운용사 한 관계자는 “거래는 넘쳐나지만, 매도자와 매수자 간 밸류 이견 문제는 여전하다”며 “대형 딜의 경우 많게는 2000억원 수준까지 차이가 날 정도로 이견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이라면 수천억원대의 중소형 거래는 그나마 이어지더라도 조 단위 규모의 딜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거래 여건이 안정되지 못하면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임팩트가 부족한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