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대충돌’을 계기로 자유진영 내 분열 조짐이 더욱 뚜렷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쫓겨나시다시피 했으나 곧바로 이동한 영국 런던에선 키어 스타머 총리의 환대를 받았다. 1일(현지시간) 긴급 유럽정상회담을 주재한 스타머 총리는 “우리는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했다. 회담이 내건 표어 ‘우리의 미래를 지킨다’(Securing our future)도 상징적이다. 유럽에선 미국 없는 안보, 곧 자강론이 급부상했다. 차기 독일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앞서 “미국으로부터 진정한 독립을 달성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유럽은 미국을 달랬다. 스타머 총리는 유럽이 주도하는 ‘의지의 연합’이 종전 후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방안을 마련한 뒤 미국에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일 “우리는 광물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됐고, 미국 역시 준비가 됐다고 믿는다”며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 그러나 미국 반응은 싸늘하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러시아와 협상을 통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교체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국은 러시아와 한편에 섬으로써 미국 주도로 구축한 전후 세계질서를 스스로 허물고 있다. 미·유럽을 잇는 대서양 동맹이 곧바로 무너지진 않겠지만 예전과 같을 수 없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약소국 우크라이나의 곤경을 바라보는 우리의 심정은 착잡하다. 한미 간에도 방위비 증액과 주한미군 철수라는 난제가 언제든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하는 새 질서는 거래를 더 중시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틈만 나면 한국을 ‘부자나라’, ‘머니머신’으로 부르며 방위비 대폭 증액 압력을 넣고 있다. 또한 “우리가 왜 한국을 방어하는가”라며 주한미군을 두는 이유에 대해서도 종종 의문을 제기했다. 역사의 갈림길에 선 것은 유럽만이 아니다. 트럼프-젤렌스키 대충돌은 한국도 자강론을 비롯해 미래 안보 전략을 대대적으로 재정립할 시기에 들어섰음을 일깨워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