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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에 커지는 코리아 패싱 우려[기자수첩]

김기덕 기자I 2025.01.31 05:20:00

트럼프, 김정은에 잇단 우호적 메시지
미일 정상회담 추진하지만 한국은 ‘제외’
전 부처 합심해 치열한 외교전 펼쳐야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내가 돌아온 것을 그가 반기리라 생각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 시간) 취임식 직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불과 사흘 후에 가진 한 언론 인터뷰에선 “그(김정은)는 종교적 광신자가 아니다. 똑똑한 남자”라면서 북미 정상외교를 다시 시도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냈다.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한 이후 그 후폭풍은 상당했다. 미국이 대북 협상의 전략을 기존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서 한발 물러난 핵 군축이나 핵 동결 등 스몰딜을 추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이후 백악관이 1기 트럼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완전한 비핵화를 추가한다는 입장을 내며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찜찜한 기분은 어쩔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 간 스킨십 외교를 중요시하는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탄핵 정국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 체제를 겪는 한국을 패싱하고, 톱다운 방식의 북미 대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예상은 부인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단단했던 한미 동맹 관계에도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열흘이나 지났지만 주요국과 달리 한미 정상 간 통화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음달 초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을 열 계획인데, 한국은 아직 추진조차 못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과 협상을 위해 앞서 재임 1기 때와 같이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 정부가 가장 큰 치적으로 내세우는 한미일 삼각 공조가 무색할 지경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나라 외교·국방·경제 분야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뛰어넘는 나라는 없다. 현재 고관세 등 수출 장벽과 방위비 증액, 북핵 등 복잡한 문제도 산적하다. 이제라도 우리나라 전 부처가 합심해 미국 측과 물밑에서 끊임없이 대화하며 치열한 외교전을 펼쳐야 한다. 대한민국의 리더십 공백 상황을 해결되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너무 안이한 자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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