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타결된 방위비 협상도 되돌리겠다는 '트럼프 리스크'

논설 위원I 2024.10.17 05:00:00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가 점차 구체화되는 양상이다. 불과 20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우리에게 상당한 부담이 더해질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그는 그제 시카고 경제클럽 대담에서 우리 정부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올리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 지난 선거에서 자신이 당선됐다면 “한국이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원)의 분담금을 지불하고 있을 것”이라고 에둘러 언급한 것이 그것이다. 한미 양국 간에 최근 합의된 2026년 방위비 분담금(1조 5192억원)에 비해서도 9배에 가까운 규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30년까지 적용되는 제12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협상이 이미 타결됐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합의 내용을 무시하고 다시 재협상을 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셈이다. 한국을 “돈을 버는 기계”라면서 안보 무임승차국이라고 주장하는 데서도 단단히 벼르는 태세가 느껴진다. 그는 집권 1기 당시 우리 정부에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서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장기간 표류한 끝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협상이 타결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러한 생각이 잘못 입력된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현재 2만 8500명 수준인 주한미군 규모를 4만 명으로 부풀려 말하거나 우리 정부가 6·25전란 이후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한 비용을 “전혀 지불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이 단순히 기억 착오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자신의 재임 시절 한국이 부유한 국가가 됐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그의 참모진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입력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통상 분야에서도 리스크는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3% 수준인 관세율을 10%로 올려 모든 수입물품에 물리겠다는 공약을 이미 내놓았다. ‘폭탄 관세’를 통해 미국의 만성 무역적자 구조를 뜯어고치겠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될 경우 대미 무역흑자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심각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리스크를 줄일 수 있도록 내부적인 대비는 물론 정·재계 인맥을 총동원해 트럼프 진영 설득에 나서야 할 것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