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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업계에 따르면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하이볼용 위스키 수요 증가에 ‘발렌타인 12년’을 단종키로 결정했다.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발렌타인 10년’을 올해 가을 국내에 출시한다.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가 하이볼을 즐길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가격의 발렌타인 10년을 출시한다”며 “10년 가격은 발렌타인 12년에 비해 1만원가량 저렴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발렌타인 12년은 한국인 주당들이 즐겨 찾는 대표 위스키 중 하나로 꼽혔다. 2001년 국내에 처음 출시해 대표적인 위스키 제품으로 자리매김 했지만 하이볼의 인기에 밀려난 셈이다. 이로써 발렌타인 라인업은 △파이니스트 △버번 △10년 △마스터즈 △17년 △21년 △23년 △30년 △40년 등으로 변경된다.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저렴한 가격대의 위스키를 강화해 하이볼 시장을 공략한다는 복안이다.
이런 트렌드는 관세청의 위스키 수입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국내 위스키 수입량은 3만 586t으로 전년동기대비 13.1% 증가했지만 수입액은 2억 5957만달러(약 3483억원)로 전년보다 2.7% 감소했다. 하이볼의 인기에 저가 위스키 위주의 수입이 늘어난 영향이다.
하이볼의 인기는 인식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롯데멤버스가 최근 전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하이볼(25.6%)이 가장 인기 많은 주류로 꼽혔다. 거래 데이터 분석에서도 하이볼의 주재료인 양주 판매량이 2022년 대비 지난해 16.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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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편의점에서는 하이볼이 와인과 양주를 압도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BGF리테일(282330)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의 와인, 양주, 하이볼 매출 합계(상반기 기준)에서 하이볼의 비중이 46.5%로 가장 높았다. 와인(21.1%)과 양주(32.4%)를 10% 포인트 이상 앞질렀다. 편의점 3사(CU, GS25, 세븐일레븐)의 올해 상반기 하이볼 제품 매출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269.5%, 341.8%, 700%로 나타났다.
주류업계는 하이볼 열풍에 올라타기 위해 분주하다. 특히 캔으로 마실 수 있는 ‘RTD’(ready to drink) 하이볼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지난달 수제 맥주 제조사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주류 전문 유통사 신세계L&B와 손잡고 미국 버번 위스키 ‘에반 윌리엄스’ 원액을 활용한 캔 하이볼을 선보였다. 세계에서 에반 윌리엄스 원액을 넣은 캔 하이볼 출시는 이번이 최초다.
롯데칠성(005300)음료는 지난 5월 스카치위스키 원액을 베이스로 한 하이볼 ‘스카치하이 레몬’과 ‘스카치하이 진저라임’을 출시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위스키 브랜드인 스카치블루로 만든 하이볼 제품이다. CU는 지난 4월 주류회사 부루구루와 협업해 ‘생레몬 하이볼’을 선보였다. 입소문이 나면서 출시 한 달 만에 200만개를 판매하더니 지난달 말까지 누적 판매량이 700만개에 이른다.
앞으로 하이볼 등 주류의 인기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이젠 집단의 목적보다 개인의 선호가 존중받는 등 주류 문화 자체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김태경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는 “이젠 과거 소맥을 즐기던 세대가 물러나고 2030대가 주류로 올라선 상황”이라며 “한국도 일본의 츄하이, 미국의 하드셀처와 같은 하이볼 붐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