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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최애' 발렌타인 12년도 없앴다…20·30 매료시킨 이 술은

한전진 기자I 2024.08.09 05:45:00

하이볼 광풍, ''발렌타인 12년'' 역사 속으로
하이볼 매출, 편의점서 양주 와인 넘어서
"집단보다 개인 존종"…주류 문화도 변화
쏟아지는 RTD 하이볼…시장 경쟁 ''치열''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하이볼 광풍이 술 시장 지형을 바꾸고 있다. 20·30세대의 인기가 이어지면서 전통 위스키 회사가 하이볼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제품군 구성까지 바꿨다. 하이볼이란 위스키에 소다수나 물을 넣고 얼음을 띄운 일종의 칵테일이다. 소맥(소주+맥주)으로 대표되는 ‘부어라 마셔라’ 주류문화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만큼 하이볼 열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하이볼용은 10년산이 적당”…발렌타인 12년 역사 속으로

8일 업계에 따르면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하이볼용 위스키 수요 증가에 ‘발렌타인 12년’을 단종키로 결정했다.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발렌타인 10년’을 올해 가을 국내에 출시한다.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가 하이볼을 즐길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가격의 발렌타인 10년을 출시한다”며 “10년 가격은 발렌타인 12년에 비해 1만원가량 저렴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발렌타인 12년은 한국인 주당들이 즐겨 찾는 대표 위스키 중 하나로 꼽혔다. 2001년 국내에 처음 출시해 대표적인 위스키 제품으로 자리매김 했지만 하이볼의 인기에 밀려난 셈이다. 이로써 발렌타인 라인업은 △파이니스트 △버번 △10년 △마스터즈 △17년 △21년 △23년 △30년 △40년 등으로 변경된다.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저렴한 가격대의 위스키를 강화해 하이볼 시장을 공략한다는 복안이다.

이런 트렌드는 관세청의 위스키 수입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국내 위스키 수입량은 3만 586t으로 전년동기대비 13.1% 증가했지만 수입액은 2억 5957만달러(약 3483억원)로 전년보다 2.7% 감소했다. 하이볼의 인기에 저가 위스키 위주의 수입이 늘어난 영향이다.

하이볼의 인기는 인식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롯데멤버스가 최근 전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하이볼(25.6%)이 가장 인기 많은 주류로 꼽혔다. 거래 데이터 분석에서도 하이볼의 주재료인 양주 판매량이 2022년 대비 지난해 16.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시내 한 마트의 주류 판매 매대 (사진=연합뉴스)
◇하이볼, 양주 와인보다 잘 팔린다…“인기 더 높아질 것”

이미 편의점에서는 하이볼이 와인과 양주를 압도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BGF리테일(282330)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의 와인, 양주, 하이볼 매출 합계(상반기 기준)에서 하이볼의 비중이 46.5%로 가장 높았다. 와인(21.1%)과 양주(32.4%)를 10% 포인트 이상 앞질렀다. 편의점 3사(CU, GS25, 세븐일레븐)의 올해 상반기 하이볼 제품 매출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269.5%, 341.8%, 700%로 나타났다.

주류업계는 하이볼 열풍에 올라타기 위해 분주하다. 특히 캔으로 마실 수 있는 ‘RTD’(ready to drink) 하이볼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지난달 수제 맥주 제조사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주류 전문 유통사 신세계L&B와 손잡고 미국 버번 위스키 ‘에반 윌리엄스’ 원액을 활용한 캔 하이볼을 선보였다. 세계에서 에반 윌리엄스 원액을 넣은 캔 하이볼 출시는 이번이 최초다.

롯데칠성(005300)음료는 지난 5월 스카치위스키 원액을 베이스로 한 하이볼 ‘스카치하이 레몬’과 ‘스카치하이 진저라임’을 출시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위스키 브랜드인 스카치블루로 만든 하이볼 제품이다. CU는 지난 4월 주류회사 부루구루와 협업해 ‘생레몬 하이볼’을 선보였다. 입소문이 나면서 출시 한 달 만에 200만개를 판매하더니 지난달 말까지 누적 판매량이 700만개에 이른다.

앞으로 하이볼 등 주류의 인기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이젠 집단의 목적보다 개인의 선호가 존중받는 등 주류 문화 자체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김태경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는 “이젠 과거 소맥을 즐기던 세대가 물러나고 2030대가 주류로 올라선 상황”이라며 “한국도 일본의 츄하이, 미국의 하드셀처와 같은 하이볼 붐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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