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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지난주 기자단과 주간보도계획을 협의할 때만 해도 해당 조사 결과를 이날 참고자료로 배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자단이 “학폭 조사에 대한 관심도가 높으니 조사 결과를 참고자료 형식으로 제공한다고 해도 브리핑이 필요하다”며 담당자의 백브리핑(비공식적인 브리핑)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그러나 아예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약 2개월 뒤 발표할 예정인 올해 1차 조사 결과와 함께 공개하기로 했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초 실시한 1차 전수조사 결과가 9월 말쯤 나올 예정이다. 두 달 뒤 전수조사 통계가 나오기에 작년 2차 통계 자료만 발표하는 것보다는 대책 등과 함께 발표하기로 했다”고 했다.
교육부가 이처럼 2차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려다가 돌연 ‘공개 연기’로 선회하자 그 배경에 관심을 쏠리고 있다. 조사 결과가 워낙 안 좋게 나와 브리핑 요청이 있자 아예 공개를 미뤘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대면 수업이 정상화된 이후 학폭 조사 결과는 악화일로다.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3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학교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률이 1.9%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동기(1.7%) 대비로는 0.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1차 조사 결과는 전체 학생 대상의 전수조사 결과다.
학교급별 학폭 피해 응답률은 △초등학교 3.9% △중학교 1.3% △고등학교 0.4% 순이다. 초중고 모두 각각 전년보다 0.1%포인트, 0.4%포인트, 0.1%포인트 늘었다. 저학년으로 내려갈수록 피해 응답률이 상승하는 양상도 보였다.
교육부는 단순 통계만 발표하기보다는 ‘학폭 대책’까지 마련해야 하기에 공개를 연기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백브리핑 요청 때문에 공개 입장을 바꾼 것은 아니다”라며 “조사 결과가 각 시도교육청을 거쳐 취합한다고 해도 교육부는 통계만 내는 게 아니라 대책도 마련해 발표할 책임이 있기에 전수조사 결과와 묶어서 공개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학교폭력법(학교폭력예방·대책에관한법률)은 ‘교육감은 학교폭력 실태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예방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실태조사를 연 2회 이상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